“청년, 티슈도 아니고 선거때 쓰고버리나?” 與회의실 배경, 쓴소리 공개

입력 2016-02-28 09:33

"청년이 티슈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십니까?"('김0석'), "혁신의 시작은 반성입니다"('Min 000 Park')

새누리당은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국회 대표최고위원실 회의장에 설치된 배경판을 채울 쓴소리를 공모했다.

당은 페이스북 공모글에 달린 댓글 400여건 가운데 당을 신랄하게 비판한 '뼈아픈 문구'를 선정해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 때 공개할 예정이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달콤한 문구는 다 빼버리고 당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만 일부러 다 끄집어 내겠다"고 말했다.

4·13 총선의 공천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조 본부장은 지난 22일부터 일주일 내내 배경판에 썼던 글들을 모두 제거한 채 비워뒀다. 직전에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 새누리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 본부장은 21일 오후 늦게 회의장 배경판을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상의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조 본부장은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텅 빈 배경판 사진을 올리며 "메시지가 없는 것도 메시지입니다. 하나가 될 때까지!"라는 글을 올렸다.

최고위원회의 공식석상에서 발언권이 없는 조 본부장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셈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텅 빈 배경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마 개혁이란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이제 '함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국민이 당을 향해 쏟아내는 쓴소리를 달게 받겠다는 자성(自省)의 취지에서 일반 국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았다.

사진, 방송을 통해 당 지도부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 본부장은 설명했다.

배경판 문구는 보는 사람이 읽어야 할 정도로 길어선 안 되고, 사진을 찍듯이 봐야 한다는 게 조 본부장의 철칙이다.

지난해 말 당으로 복귀하며 배경판에 '개혁'이라는 단 두 글자만 세로로 박아넣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조 본부장은 2012년 총·대선,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4·13 총선까지 당 홍보업무를 세 번째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