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미제사건을 공개수배 한 부산경찰이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미제사건을 들추는 건 경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시그널’의 대사를 떠올리며 이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죠. 게시물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1500건이 넘는 공유가 이뤄졌고, 많은 네티즌들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부산경찰 미제사건전담팀은 공식 페이스북에 “(부산) 강서경찰서 바닷가에 떠밀려 온 마대자루.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된 여성의 사체. 여러분의 좋아요로 공유로, 친구 태그로 14년 만에 미제사건이 해결될 수 있다. 여러분이 부산경찰의 시그널이 돼 달라”는 글과 함께 10장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는 2002년 A씨(당시 22세)의 실종 사건개요와 용의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A씨는 5월 21일 오후 10시쯤 퇴근 후 연락이 끊겼고 열흘 뒤 바닷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 후 A양의 계좌에서 20대 남성과 30대·20대 두 명의 여성이 돈을 빼갔으며 이들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죠.
부산경찰은 공개수배 전단과 함께 CCTV에 포착된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하며 “미제사건 중 유일하게 용의자의 얼굴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거가 불가능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를 바로 잡는데 SNS의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과 함께 용의자를 아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고도 했죠.
게시물은 27일 오전 10시 현재 1577건의 공유가 이뤄졌으면 3만9000건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360건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14년 전 사진이라면 나이가 먹거나 그 사이 성형을 해 얼굴이 달라졌을 것이다” “CCTV 동영상을 공개하면 표정이나 움직임을 보고 용의자를 특정할 수있다” “부산 상사구와 북구의 은행이다” “남성 얼굴을 보니 동남아인인 듯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부산경찰의 요청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응은 경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통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산경찰은 댓글을 통해 “드라마 시그널처럼 몇 안 되는 수사 인력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답글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라는 추측이 줄을 이었죠.
미제사건을 SNS를 통해 공개수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경찰이 직접 나선 건 처음입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한류스타들의 웨이보에 공개수배 한 적이 있지만 이는 SBS 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요청이었죠.
부산경찰의 SNS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사회적 관심을 이끄는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제보가 이어지고 그 제보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요. 많은 네티즌들이 동참하고 있으니 조만간 검거 소식이 페이스북에 공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경찰이 치부를 드러냈다” 14년 전 미제사건 공개수배
입력 2016-02-27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