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성완종 비자금 장부 있다" vs 검찰 "금도 넘었다"

입력 2016-02-26 18:37 수정 2016-02-26 18:54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지사가 법정에서 이른바 ‘성완종 비자금’ 장부 일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을 향해 “(검찰이) 폐기됐다고 발표한 비자금 장부 전체를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말하는 장부는 리스트 수사와 무관한 것”이라며 “(홍 지사의) 언론 플레이가 도를 넘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 측은 ‘금도’(襟度)와 ‘검도’(檢道)를 거론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26일 열린 3차 공판기일에서 홍 지사는 “앞서 검찰이 폐기됐다고 발표한 경남기업의 비자금 장부 중 일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부를 작성한 사람이 법정에 나와야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니 (변호인과 상의해) 추후 법정에 제출하겠다”며 “검찰은 이 비자금 장부 전체를 법정에 제출해 달라”고 했다. 비자금 장부에 금품 수령자, 일시 등이 기록돼 있으나 자신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 측은 ‘금도를 넘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주장하는 비자금 장부는 2001~2008년 경남기업 자금담당 상무였던 전모씨가 다른 횡령 사건 재판에서 제출한 자료”라며 “이완구 전 국무총리 재판 때도 이런 얘기가 있어 당시 재판부에 ‘관련성이 없다’고 공개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홍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 구도를 흔들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고 본다. 검찰은 “피고인은 (관련 내용을)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이에 홍 지사는 “방금 말한 내용 참 유감”이라며 “검사님처럼 법정에서 피고인 협박하는 건 검도를 넘긴 것”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금품 전달자’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비서관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세간의 과도한 관심을 받던 윤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조언하는 과정에서 과하게 얘기한 측면이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윤씨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이 “당시 왜 윤씨에게 수사를 받으라마라 얘기했느냐”고 묻자 김씨는 “내가 오버한 면이 있다. 윤씨를 보호하려는 거였다”고 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3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