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를 새누리당에 전달한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의 독단적 행태가 변호사 집단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모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소속돼 있는 대한변협은 사시존치 논란에 이어 특정집단의 이익·견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6일 대한변협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대한변협의 이번 의견발표가 내부 의결도 거치지 않은 중대한 회칙 위반이 있다는 항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변협 집행부는 지난 24~25일 테러방지법 찬성의견서를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에 전달해 논란이 됐다. 민변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법률의견서 제출요구를 받은 경위와 시점, 대한변협 법제위원회 회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 13가지 질문을 질의서에 담았다.
특히 민변은 대한변협의 의견서에 대해 “동어반복적 표현에 불과한데 과연 법률의견서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대한변협 의견서가 국내외 사례, 유사법과의 관계, 기본권 침해가능성에 대한 조사 등 법률의견서에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서울변호사회도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변회 인권위원회는 이날 낸 결의문에서 “테러방지법은 헌법상 기본권과 영장주의, 죄형법정주의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정보원이 초헌법적 정보수집권한을 갖게 되는데, 이를 통제할 법적 장치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테러위험인물, 테러단체 등 법안의 핵심적 개념들이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법률안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의견서 작성에 어떤 의견수렴 내부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식적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 단체는 “대한변협이 ‘명의’를 이용해 특정정당 주문제작형 의견서를 발표했다”며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는 “대한변협의 의견서가 하창우 협회장의 사견에 불과”하다며 하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등 보수적 성향의 변호사단체들은 테러방지법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9·11테러 이후 테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한변협의 찬성의견서 전달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대한변협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 서울변회 민변 등 변호사단체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강력반발
입력 2016-02-26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