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 경찰관이랑 미팅하실래요? 남성 상품화한 도넘은 경찰 마케팅

입력 2016-02-26 16:48

데이트폭력 근절을 홍보한다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젊은 남성 경찰관과의 미팅을 주선한 경찰의 과도한 마케팅이 논란을 낳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남성의 성을 상품화 했다’ ‘너무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젊은 경찰관들과의 만남을 준비했다”며 “안전한 사랑을 위해 아예 경찰과 데이트 하자”는 글을 올렸다. 20명의 젊은 멋진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신청하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연인과 안전 모두 잡자는 내용으로, 여성으로 신청자를 제한했다. 지난 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맞아 마련한 행사다.

실제로 지난 20일 오후 3시쯤 대구의 한 치킨집에서 열린 행사는 2시간30분 정도 진행됐다. 20대~30대 남성 경찰 20명과 일반인 여성 18명이 참석해 남녀 4쌍이 커플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행사 이후 경찰 내부에서 데이트폭력 근절과 미팅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행사에서는 데이트 폭력 관련 내용도 게임 퀴즈 형식으로 다뤄졌을 뿐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도 없었다. 한 경찰은 “남성의 성을 내세워 홍보하는 모습을 보고 참 너무하다 싶었다”며 “데이트 폭력을 앞세운 사리사욕 채우기 이벤트”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할 말이 없다. 경찰이 갈데까지 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대구경찰청은 “관내 한 경찰서가 계획한 이벤트라 홍보만 했을 뿐”이라며 “여경을 내세우면 논란이 있을 것 같아 남성을 선택했고, 데이트 폭력 근절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