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 3월9일 봄경매 천경자 ‘정원 (園)’ 추정가 13억~20억에 출품 최고가 기록 경신할까 관심

입력 2016-02-25 22:16
천경자 정원 園
김환기 창공을 날으는 새
박수근 대화
한석봉 글씨
추사 김정희 작품
2007년 K옥션 가을경매에서 11억5000만원에 낙찰된 천경자의 작품이 K옥션 봄경매에 다시 나온다. K옥션은 3월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개최하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천경자의 ‘원(園)’을 추정가 13억∼20억원에 출품한다. 붓질을 여러 번 해 미묘한 색감과 모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1960년대 작품이다.

<정원 (園)>은 수성이지만 마치 유화를 그리듯이 끊임없는 붓의 중첩에 의해서 은은하게 비쳐 오르는 중간색의 미묘한 색감을 이용해 모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뛰어난 색채 감각과 파스텔톤이 돋보이는 1960년대 수작이다.

“인간들은 누구나 현실을 뛰어넘고자 하고 신비와 환상을 좇지요. 아마도 현실이 너무도 삭막해서 그럴 거예요. 저는 신비와 환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남들보다 훨씬 강해서 환상적인 작품을 그리는 것이에요.”(천경자)

지난해 작고한 천경자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은 2009년 K옥션이 판매한 ‘초원Ⅱ’로 당시 낙찰가는 12억원이었다. 이번에 낮은 추정가 이상으로 판매되면 천경자 작가의 경매 기록을 세우게 된다.

101억원어치 172점이 출품된 이번 경매에는 2011년 경매에 나와 9억4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창공을 날으는 새’가 추정가 12억∼18억원에 다시 나온다. 1958년 작품인 창공을 날으는 새는 푸른 달을 배경으로 무한한 공간을 나는 새를 표현한 회화로, 김환기가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의 전형적인 구도와 색감을 보여준다.

김환기는 이 시기에 이르러 작품의 소재가 달, 학, 매화, 조선시대 백자 등 전통적 소재로 바뀌며 한국적 미의 원천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경향은 파리에 가서 더욱 심화되었다. 또 작품화면 상단과 하단에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색점은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화면에 생기를 주고 있으며, 이런 색점들은 이후 뉴욕시기의 점묘화로 발전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박수근의 ‘대화’를 비롯해 장욱진, 도상봉, 이우환, 권영우, 정상화, 박서보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 “나더러 똑같은 소재만 그린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의 생활이 그런데 왜 그걸 모두 외면하려 하나.”(박수근)

화면 속에 표현된 인물들이 담소를 나누는 한가한 모습은 단순히 평화로운 일상의 표현이 아니라, 박수근이 직접 경험한 6·26 전쟁 이후의 사회를 그려낸 것이다. 당시 관념화된 남성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한국인의 삶을 구현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고미술품으로는 명필로 이름난 석봉 한호의 서첩인 ‘석봉서’(石峯書) 3권이 추정가 5억∼7억원에 출품된다. 천(天), 지(地), 인(人)으로 구성된 석봉서는 한호의 다양한 서체가 집대성돼 있는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됐을 때 쓴 ‘문산자지’(文山紫芝)와 흥선대원군, 우봉 조희룡, 학산 윤제홍 등의 서예 작품이 공개된다. 출품작은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K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www.k-auction.com·문의:02-3479-888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