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는 두 야당이 25일 야권 심장부인 광주 민심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현역의원 평가 하위 명단을 공개하겠다면서 국민의당 소속 호남 의원들을 겨냥하고 호남 대권주자론을 제시하는 등 '광주선언'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자 국민의당이 발끈하며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어느 쪽도 광주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양당의 공방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대표가 국민의당을 겨냥해 컷오프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김 대표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중 탈당을 이유로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컷오프 대상자를 밝히겠다고 했고, 더민주는 오는 26일 이들 12명의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민의당 소속 광주 지역 의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광주 지역 경쟁 상대들에게 낙천자라는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울 신촌의 '꿈꾸는 청년가게' 방문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민주의 컷오프 대상자 명단 공개 방침에 대해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 다른 정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에서 "남의 당 의원 (컷오프) 명단을 확인해준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분명하다. 명예훼손과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한다"며 "정치적 금도를 넘은 더민주의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양당은 김 대표의 호남 대권주자론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호남의 유능한 정치인들이 역동적이고 포용력있는 대권주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지역의 정권교체 요구를 공략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저희 당은 여러 지역에서, 보수와 진보, 중도 후보까지 다 나와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고, 김재두 대변인은 "뒤늦게 '뉴 DJ론'을 따라잡기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하는 등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가 "통일은 내밀한 역사적 순간, 새벽처럼 다가올 수 있다.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며 햇볕정책 보완론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양당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광주에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소신발언'이자 중도층 공략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야권 내 정체성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김정현 대변인은 "지론인 북한 궤멸론을 말만 바꾼 것이다. 통일이 어느 순간에 올 것처럼 기정사실화한 것은 북한 붕괴론을 전제하는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며 "김 대표는 다시는 햇볕정책의 'ㅎ'자도 입에 올리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광주선언 전체의 의미를 두고도 김 대표는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명실상부한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당은 "정통 야당을 이어온 어느 정당도 광주에서 오늘과 같은 광주선언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스스로 정통 야당을 부정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표가 이날 광주 방문에 맞춰 광주 지역구 2곳의 전략공천 방침을 발표했지만 국민의당은 '계엄군식 충격요법', '정치적 쇼'라는 표현을 써가며 "호남을 다시 한번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국민의당 “더민주, 광주 전략공천...계엄군식 충격요법”
입력 2016-02-25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