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한 묵언 시위?” 김무성의 침묵 길어지고 있다

입력 2016-02-25 18:56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24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25일 다시 최고위원회의까지 자신이 주재하는 공개 회의에서 세 번 연속 입을 굳게 닫았다.

앞서 18일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의 월권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갈한 뒤 발언이 뚝 끊긴 것이다. 김 대표가 이처럼 '묵언정치'를 이어가자 당내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돌며 오히려 '고성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이한구 위원장과 이를 지지하는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경고'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위원장이 광역시·도별로 최대 3곳까지 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이 틈을 비집고 일부 친박계가 전략공천의 공간을 넓히려 하자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현역 의원 10명에 대한 공천 배제(컷오프)를 발표하자 이에 맞서 물갈이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친박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더민주의 조치가 반짝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자기 사람 심기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궁극적으로 지역 일꾼을 뽑으려는 유권자의 선택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직은 공관위 면접 단계인 만큼 지켜본 뒤 전략공천의 기미가 보이면 당 대표로서의 실력행사 등 정면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김 대표는 공관위가 당헌·당규를 벗어난 결정을 내릴 경우 의원총회를 소집해 전체 의원의 의견을 묻고, 공천의 최종 단계인 대표 직인찍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강경 방침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소리없는 아우성'은 친박계를 넘어 청와대를 향한 메시지라는 설도 있다.

김 대표로부터 당직을 받았거나 가까운 인물들을 하나둘씩 공천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유력 대권 주자인 김 대표의 힘을 빼놓을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H, K, L, Y 등 몇몇 의원들이 이권에 연루된 혐의가 포착되면서 컷오프 될 것이라는 정체불명의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돌았다. 그러자 당장 사정기관을 통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주석이 붙었다.

여러 정황상 공천에 외부의 힘이 개입하려는 듯한 조짐이 보이자 김 대표의 침묵은 판을 깨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일종의 '시위'라는 것이다.

김 대표의 '묵언정치'는 당연히 그동안 줄곧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강조했던 노동개혁이나 테러방지법, 경제 법안의 통과 필요성에 대한 발언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대국민 홍보를 위한 주요 확성기 하나가 꺼진 셈이다.

총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적전분열은 공멸을 의미하고 어떻게든 김 대표를 필두로 한 현 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친박계도 공감하고 있어 향후 공관위 및 친박계와 공천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