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성범죄 초범·벌금형이면 신상정보 등록 면제...법무부, 개정시안 공개

입력 2016-02-25 18:27 수정 2016-02-25 20:07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일괄적으로 20년 간 등록·관리하는 내용의 현행 제도가 바뀐다. 죄질에 따라 등록을 면제 하거나 기간을 10~30년으로 달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시안을 공개했다. 종전 성폭력처벌법상 신상정보 등록조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자 개정에 나선 것이다.

개정시안은 카메라로 타인의 신체를 찍은 성범죄자가 초범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신상정보 등록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물 전송도 마찬가지다. 위 4개 범죄도 재범이면 등록대상이다.

◇등록 기간 세 단계로 차등화=등록대상 성범죄자의 등록기간은 형량에 따라 저·중·고위험군 3단계로 나뉜다. 벌금형을 받은 저위험군 성범죄자의 등록기간은 10년으로 줄어든다. 10년 이하 징역·금고형인 중위험군은 종전처럼 20년, 10년 초과 형을 받은 고위험군은 30년간 등록된다. 재범 위험이 낮은 성범죄자에게 갱생 기회를 주고, 강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를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보 등록을 면제받을 수 있는 ‘클린레코드’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위험군에 따라 각각 7년, 15년, 20년의 의무 등록기간이 지난 경우 신청 가능하다. 등록기간 동안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지, 보호관찰 등을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법무부가 심사해 결정한다.

또 성범죄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2년이 경과하는 경우 정보 등록이 자동 면제되도록 법규정을 명확히 했다. 신상정보 진위 확인주기도 일괄 6개월에서 저위험군 1년, 중위험군 6개월, 고위험군 3개월로 달라진다.

◇소급 적용 여부는 추가 검토=공청회에서 김태명 전북대 교수는 “경미한 성범죄는 등록대상이 되지 않도록 등록제외 대상 성범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고형을 기준으로 등록 기간을 나눌 경우 다른 범죄와 분리선고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혜정 영남대 교수는 “고위험 성범죄자 확인 주기인 3개월은 지나치게 짧아 행정력의 낭비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기존 성범죄자들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성가족부, 경찰청, 법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2006년 첫 시행됐다. 당초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대상으로 했고, 기간은 5년 정도였다. 성범죄 강력처벌 여론에 따라 수차례 개정되며 기간이 늘어났다. 2012년 개정 성폭력처벌법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모든 성범죄 등록기간을 2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의 성격, 재범 위험성, 범죄자 특성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20년 기간을 적용하는 건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해당 조항에 대해 “교화 가능성이 있는 소년범에게도 일괄 20년을 적용하는 건 가혹하다. 형량 등에 따라 기간을 달리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올해까지 개정돼야 한다.

해외의 경우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성범죄 죄질에 따라 등록 기간을 다르게 하고 있다. 미국은 성범죄 유형에 따라 15년, 25년, 종신으로 등록기간을 차등화하고 있다. 영국은 벌금형 선고 시 5년, 징역 6월 이하 선고 시 7년, 징역 6월 초과 30개월 미만 선고 시 10년, 징역 30개월 이상 또는 종신형 선고 시 종신으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시안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제도 Q&A>



Q: 성범죄를 저질러도 신상정보를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A: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소지죄의 4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초범이고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면 등록대상에서 제외된다.



Q: 강제추행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면 몇 년 동안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나?

A: 성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록기간이 현행 20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다.



Q: 강간죄로 10년 초과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어떻게 되나?

A: 4개 범죄를 제외한 성범죄로 사형, 무기징역, 10년 초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중범죄자의 경우 30년간 등록대상이 된다.



Q: 강제추행죄로 벌금을 선고받았는데, 얼마나 기간이 지나야 등록면제를 신청할 수 있나?

A: 벌금형 선고자의 경우 등록기간 10년 중 초기 7년간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을 제대로 이수한 경우 법무부에 등록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