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좀 축이고 하세요” 이석현 언행 놓고 엇갈린 반응들

입력 2016-02-26 00:12
사진=국민일보DB

3일째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언행이 주목받고 있다. 야권에는 일종의 격려 메시지가 됐다는 극찬이 쏟아졌고 여당 의원들에게는 오래 버티기를 방치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석현 부의장은 23일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차례로 야당 의원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석현 부의장은 김광진 의원에게 “4시간이 되었는데 하실 수 있겠어요? 목이 많이 아프실텐데, 다른 의원이 하셔도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은수미 의원의 토론 때는 “여당 의원들은 거의 다 자리를 비우셨네요. 야당 부의장이 의사봉을 쥐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방심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여당에 일침을 가하며 힘을 북돋았다.

이석현 부의장은 유승희, 최민희 의원의 토론 때에도 “4시간 반 지났는데 더 하실 거면 목도 좀 축이시고 목운동도 하십시오” “지금 네시간을 넘겼는데 어찌나 빠르신지 속기록은 여덟 시간 분량이 나오네요. 소신도 말씀하시면서 천천히 하세요. 시간 많습니다”라는 등의 말을 전하며 격려했다.

이석현 부의장은 여당 의원의 이의 제기에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토론 때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박 의원이 의제 외 발언으로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석현 부의장은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토론의 목적이기 때문에 연관성 있는 이야기다”라며 박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화이팅입니다”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분들에게는 엄청 큰 힘이 될 겁니다”라는 등의 댓글로 이석현 부의장을 응원했다.

여당에서는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일종의 시간 끌기 전략이라면서 “8시간이냐, 10시간이냐, 오래 버티기 신기록 경신대회로 관심을 끌고 이름을 알리면서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고 있으니 이들의 선거운동은 성공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더민주 지도부는 잘했다고 칭찬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의 생명은 그만큼 테러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국민 목숨을 볼모로 한 희대의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야권을 비난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일종의 총선 이벤트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