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강기정 공천배제 기습발표 광주서 직접 지시

입력 2016-02-25 18:13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광주 서을과 북갑 등 2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키로 했다.

서을은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 북갑은 더민주 3선인 강기정(50)의원의 지역구로, 북갑의 전략공천 지역 선정은 강 의원의 공천배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20% 컷오프'에 이어 전략공천 방식으로 현역 교체에 나선 것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의 강경파에 대한 본격적 불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광주 서을과 북갑 2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도록 당 전략공천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머지 지역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전국 10여곳에 대한 전략지역 선정을 검토해 왔으나, 이날 발표는 광주 2곳에만 국한됐으며 총선기획단이 전략공천위원회에 건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광주 지역구 8곳 가운데 6명의 현역의원이 탈당하면서 더민주 소속은 현재 강 의원과 박혜자(서갑) 의원 등 2명만 남아있다.

앞서 공천관리위원회측은 지난 20일 경쟁력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아무래도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강 의원에게 불출마 선언을 요구했으며,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표는 김종인 대표가 광주를 찾은 날 기습적으로 이뤄졌으며, 김 대표가 직접 "오늘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단장은 강 의원에게 통보 했느냐는 질문에 "전략공천 지역으로 하겠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았고, '보다 큰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두 지역의 전략공천 지역 선정 추진 배경과 관련해 "서을은 더민주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고, 북갑은 여러가지 검토를 했는데 경쟁력이 많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략공천 지역에 투입할 새 후보에 대해선 "지역의견과 경쟁력을 검토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절차적 문제만 남아 있을 뿐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며 "김 대표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갑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되면 광주 8곳 가운데 박혜자 의원의 서갑을 빼고는 7곳에서 탈당 또는 공천배제를 통해 현역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강 의원은 86운동권 출신 범주류 3선 의원으로, 정세균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힌다.

전남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주해방 투쟁위) 위원장과 광주 지역 청년·시민 운동가로 활동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 북갑에 출마해 당시 거물인 민주당 김상현 전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 내리 3선을 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과정과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청와대 경호지원을 하던 경찰경호대 요원들과 버스 주차 문제로 충돌하는 등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돼왔다.

2012년 6·9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대선 패배 후인 이듬해 5·4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했으나 이용섭 비대위원과 단일화하며 중도하차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 하인 지난해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강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탈당, 분당의 광풍 속에서도 더민주를 외로이 지켜냈다"며 "더민주는 시스템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더민주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 이어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참관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렀으나 구체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