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신고하고 안 하기만 해봐라…'알박기 집회' 최고 100만원 과태료

입력 2016-02-25 17:53 수정 2016-02-25 18:05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정기 수요집회. 김지훈 기자

집회를 할 것도 아니면서 시간·장소만 가로채는 ‘알박기’ 집회 신고에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위 집회 신고는 주로 기업이나 재벌 일가가 자신들에 비판적인 집회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애용해왔다. 관변 단체가 정부 비판 집회를 막으려고 이런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경찰청은 허위 집회 신고를 금지하는 취지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28일 새벽 0시부터 시행된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27일 공포됐다.

앞으로는 신고한 옥외 집회나 시위를 하지 않을 땐 집회일시 24시간 전 관할 경찰관서에 철회 사유 등을 적은 철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정 시간·장소를 선점해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하게 됐는데도 철회신고서를 제때 내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즉 철회신고서를 안 냈다고 다 과태료가 물게 되는 건 아니다. 먼저 신고해놓고도 열지 않은 집회 때문에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한 경우에만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른 사람의 집회 권리를 침해했는지를 따진다는 얘기다.

애초 중복된 집회 신고가 없었다면 철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과태료는 물지 않는다. 집회 신고 과정에서 집회 주최자끼리 시간·장소를 조율해 여러 집회가 모두 열릴 수 있게 됐어도 마찬가지다.

과태료 규정은 법 공포 이후 1년간(유예기간)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부과 대상은 내년 1월 28일 새벽 0시 이후 접수하는 중복 집회부터다.

시간·장소가 겹치는 집회 신고가 2건 이상 있을 때 경찰은 분할 개최 등을 권유해야 한다. 목적이 상반된 집회·시위자들이 충돌하거나 서로 방해하지 않게 시간이나 장소를 나누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법에 명시한 것이다. 집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뒤에 접수된 집회·시위를 경찰이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식이었다. 다만 중복 집회 주최자들이 분할 개최 등 우회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후순위 집회는 마찬가지로 금지될 수 있다.

후순위 집회가 금지된 경우 먼저 신고한 집회 주최자는 집회 시작 1시간 전 경찰에 집회 개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고 제재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은 없는 규정이다.

매년 100만 회가 넘는 신고 집회 중 실제로 열리는 건 4%가 안 된다. 96% 넘는 집회·시위가 신고만 해놓고 열지 않는 ‘유령 집회’라는 말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