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마음 짠한 PC방 손님들”… 계산대 컴퓨터 화면에 [ 사직서.hwp ]

입력 2016-02-26 00:06

사람들은 PC방에서 무엇을 할까. 대부분은 게임을 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다른 누군가는 인터넷방송을 시청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급하게 제출할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PC방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PC방 업주나 아르바이트생(알바)은 계산대 컴퓨터에 설치한 운영 프로그램으로 손님들이 실행한 프로그램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음란 영상을 시청하는 어린이, 사행성 게임 사이트에 접속한 도박 중독자,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임 이용자 등 불법적인 활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에서 실행한 프로그램 목록을 통해 손님의 안타까운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 네티즌들은 25일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손님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PC방 계산대의 컴퓨터 화면 사진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은 모두 3장이다. 각각 다른 업소의 업주나 알바가 촬영한 사진들로 보인다. 사진은 컴퓨터마다 실행한 프로그램 목록을 좌석배치도로 표시한 운영 프로그램만 찍혔을 뿐 다른 개인정보를 담지 않았다.

사진 속 실행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 업주, 알바는 물론 네티즌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쉰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손님은 서든어택, 리그오브레전드 등 게임하는 다른 손님들 사이에서 홀로 쓸쓸하게 앉아 대입 수시모집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다른 업소의 손님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에서 ‘여친 사귀는 방법’을 검색했다.

문서 프로그램으로 사직서를 작성한 손님도 있었다. 이 손님의 경우 5500원의 이용요금이 운영 프로그램에 표시됐다. PC방 이용요금은 보편적으로 시간당 1000~1500원이다. 손님이 4, 5시간째 PC방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집이나 회사에서 작성하기 어려운 사직서를 PC방에서 작성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지 이용요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