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쯤 뉴질랜드 언론(Stuff)이 한 장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와 꽤 큰 몸집을 가진 개가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입니다. 오래 전부터 개는 사람과 가까운 동물, 가장 친한 친구로 인식되어 왔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듯한 모습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널리 전파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이름은 제임스 이삭(James Isaac)입니다. 9살인데 자폐증이 있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개는 뉴질랜드의 구호견 양성소에서 훈련을 받은 구호견으로 이름이 마헤(Mahe)입니다. 제임스처럼 외부활동에 제약이 많은 아이들 곁에서 그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가 되도록 훈련받았다고 합니다.
둘의 모습이 화제가 된 것은 장소가 병원이기 때문입니다. 제임스는 뉴질랜드 웰링턴의 한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모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낯선 이들 사이에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제임스가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병원이 마헤의 동행을 허락했습니다. 별도 병실에서 둘이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준 것이죠. 사진은 병실에서 대기 중인 둘의 모습을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Louise Goossens)이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린 것입니다.
이 사랑스러운 개는 주인이 진료 받는 동안 주인의 몸에 코를 부비며 그를 편안하게 해줬다고 합니다. 이들 둘은 2년 6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떨어진 적이 없다네요.
구호견 양성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웬디(Wendy)는 “자폐증 아이와 구호견 사이에는 가끔 이들처럼 마법 같은 관계가 만들어 진다”며 “아이는 부모나 형제보다 구호견을 더 친밀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에 있는 제임스의 모습이 퍽 편안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마헤 덕분이었군요. 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슬그머니 웃게 됩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병원도 갈라놓지 못했다…자폐증 소년과 구호견
입력 2016-02-25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