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테러를 자주 한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만나주지 않거나 결혼해주지 않는다고 그녀들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곤 한다. 염산을 맞은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지고 또 눈이나 코, 귀 등이 소실돼 사실상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한 여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게 염산 테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염산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고, 치안이 허술하고 경찰들도 수사에 소극적이어서 그런 범죄를 저질러도 체포되거나 죗값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 BBC방송이 그런 염산 테러를 당하고도, 또 얼굴이 심하게 망가졌어도 꿋꿋이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24일(현지시간) 심층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인도에서 그런 피해를 받는 여성이 연간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도 아그라 지역의 ‘쉬로우즈 카페’에서 일하는 돌리는 겨우 15세다. 그녀보다 나이가 배 정도 많은 남성이 스토킹을 하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돌리에게 염산을 뿌렸다. 그녀의 얼굴 전체가 일그러져 있다. 다행히 병원에 빨리 도착해 눈이 망가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코 일부가 함몰돼 숨 쉬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다행히 쉬로우즈 카페에는 또 다른 염산 테러 피해자가 있다. 그녀들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를 받는다. 돌리는 “나를 테러한 남성은 내가 살고 싶어하는 의지까지는 꺾지 못했다”면서 “난 다시 일하게 됐고, 오히려 그 남성을 이제는 용서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돌리와 함께 일하는 라니(20)도 몇 년 전 결혼을 요구하는 한 남성에 의해 염산테러를 당했다. 그녀는 병원에서 9개월을 치료받고 퇴원한 뒤로는 4년 간 거의 침대에 누워서만 지냈다. 그 사이 두 눈은 멀게 됐다. 다행히 그녀는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걷거나 활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은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그녀는 “가족들은 지금 나를 보고선 ‘그때 그 남자 하자는대로 다 들어줄 걸 그랬다’고 말을 하지만, 난 그때 결혼이 아니라 정말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테러한 남성이 벌을 받기를 원한다”면서 아직도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사고는 인도 뿐 아니라 비슷한 문화권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직후 고통 때문에 ‘증거’를 잡을 수 없기에 많은 남성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경찰 또한 수사를 꺼리는 게 대체적인 현지 문화라고 BBC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돌리는 “무엇보다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두문불출하기보다는 당당히 밖으로 다니고 사회생활을 해서 이런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염산 테러 당해 얼굴 일그러진 여성들, 다시 거리로 나서다
입력 2016-02-25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