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결산/VR이 대세+5G 논의도 수면위로

입력 2016-02-25 13:26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HTC 전시관에는 신제품이 채웠어야 할 공간에 가상현실(VR) 기기 바이브(VIVE)가 자리했다. HTC는 바이브 4대를 배치해 관람객들이 VR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HTC의 변화는 MWC 2016 전체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스마트폰 자체보다 VR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MWC 2016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VR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갤럭시S7과 G5를 공개하면서 VR 관련 기기를 내세운 것도 이런 흐름을 선두에서 끌고 나가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기어VR 체험 전시관과 SK텔레콤의 잠수함 4D VR 체험관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순서가 돌아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VR 촬영 장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문가용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속속 나오면서 VR 콘텐츠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과 함께 VR 카메라를 공개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과 VR의 결합이 점차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드 자동차 처럼 VR과 직접 연관이 없는 회사도 전시에 VR을 활용할 정도로 VR은 MWC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는 전문가용 VR 카메라인 오조(OZO)를 선보였다. 오조는 8개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린 원형 VR 카메라다. 대당 가격이 8만달러를 넘는 전문가용 기기다. 영화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오조로 콘텐츠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오조로 우주와 관련한 VR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경향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눈에 띄는 신제품도 나오지 않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꼭 필요로 할만한 기능이 없기 때문에 관심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VR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5G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이번 MWC 2016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G 도입에 대한 통신사·장비·칩셋 업체의 이해관계가 다소 엇갈렸는데 올해는 5G를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VR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대용량의 데이터를 지연시간 없이 보낼 수 있어야 한다. 5G 기술일 적용돼야 VR 시장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자율운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도 5G가 시작되야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통신사에선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의 5G 관련 움직임이 가장 분주했다. SK텔레콤은 23일 퀄컴과 5G, 차량통신(V2X), 머신러닝 기술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단말기 개발 등 핵심기술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KT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구현될 5G 관련 기술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과 KT는 일본 NTT도코모, 미국 버라이즌 등과 5G 시범서비스 규격 연합체를 결성하며 표준화 경쟁에서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