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번에는 저커버그 협박 “계정 지우지마”

입력 2016-02-25 22:24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을 협박하고 나섰다. 이들 SNS 기업이 자신들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있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다.

미국 인터넷매체 보카티브에 따르면 IS는 24일(현지시간) 배포한 약 25분 길이의 영상에서 잭 도시(40)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32) 페이스북 CEO를 겨냥해 ‘죽이겠다’고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영상은 IS가 주로 쓰는 메신저 앱(어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됐다.

IS는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SNS가 테러단체들이 만든 계정을 적극적으로 정지시키기 시작하면서 곤경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 국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테러 대응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등 IS 대응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상은 화면 위에 덧대어진 문구에서 “한 계정을 정지시키면 우리는 너희 10명을 죽여 그 이름을 없애버릴 것이다”라며 “이는 알라의 뜻이다. 곧 우리 이야기가 정말이란 걸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신들이 1만개의 페이스북 계정과 150개의 그룹, 5000개의 트위터 계정을 지녔다고 알리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협박을 받은 트위터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트위터 대변인이 “IS가 항상 하는 일 아닌가”라며 평소에도 항상 이들로부터 유사한 위협을 받고 있다 밝혔다고 전했다. 트위터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지 경찰 역시 아직 뚜렷한 테러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IS는 지난해에도 도시 트위터 CEO를 향해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날린 바 있다. IS는 당시 “우리가 이건 당신들과 상관없는 전쟁이라고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우리 계정을 닫고 있다”면서 “우리 계정을 아무리 없애도 우린 다시 돌아온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사자(전사)들이 당신의 숨통을 끊어놓으면 당신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금까지 12만5000여개의 IS 관련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 같은 조치는 사용자 층이 넓고 익명성이 높은 트위터를 주로 이용하던 IS에 막대한 타격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고 역시 계정 대량 정지 조치가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역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페이스북 역시 ‘IS와의 전쟁’에 적극적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좋아요 공격’으로 IS에 맞서자고 주장한 바 있다. IS가 개설한 페이지를 ‘좋아요’ 설정한 다음 이 페이지를 IS와 상반된 평화 메시지로 가득 채우자는 제안이다. 이는 독일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네오나치당이 개설한 페이지에 대응했던 방법이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 등과 협력해 IS에 대응하는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있다. 인터넷 동영상 업체 유튜브는 현재 영국 인권단체 등과 공조해 IS 영상 색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보안기능 덕에 IS 조직원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은 국제 해킹조직 어나너머스의 제보를 받아 IS 관련 계정을 차단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