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산모수첩'을 비롯한 임산부 몸 관리에 대한 정기적인 시스템이 없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5일 보도했다.
그러다 보니 임신을 해도 산원이나 산부인과에 등록되지 않으며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못한다. 도시에 사는 임산부들은 불안한 증세가 보이면 인근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지만, 병원이 없는 농촌에서는 임신해도 한 번의 검진도 받지 못한 채 출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북한에는 출생날짜가 정확히 기록될 수 없으며 출생에 관한 사실적 증거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부모가 동사무소에 신고하는 날이 아이의 출생일로 정해진다. 때문에 생일을 늦춰 등록해도 사회적으로 받는 제재나 벌금이 없다.
대부분 부모들은 1~5월에 태어난 자식의 생일을 6월 이후로 등록한다. 생일 달이 빠르면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6월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8세에 입학한다. 교육부는 유치원이나 인민반 통계자료에 기초하여 초등학교 입학생을 선발한다.
한 탈북자는 "예전에는 집에서 해산(분만)하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양 절개수술을 많이 한다. 2005년도 기준으로 지양 절개수술비는 북한 돈 10만 원정도였지만 지금은 30만 원으로 오른 상황이다. 일부 여성들은 출산 전 미신을 봐주는 사람에게 좋은 날을 받아 수술날짜를 잡는다.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수술하려면 적어도 50만 원을 내야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미신에 많이 의지한다. 한 가정에 보통 한 명씩 낳다 보니 좋은 날을 받아 분만해야 앞으로의 미래가 좋다고 생각한다. 정권은 미신은 사회주의 정신을 좀먹는 나쁜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정 반대다. 잘살고 못사는 건 하늘이 지어 준 운명이기 때문에 출생일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병원은 겉만 무상치료이지 속내는 침대대여소다. 자연분만일 경우 하룻밤만 자고 나가면 되지만, 지양 절개수술을 받으면 한 주일 내내 입원해야 한다. 특히 4~5월에 입원하면 봄철 병실꾸리기 명목으로 입원환자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또한 입원기간 의사 간호사들의 식사도 종종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탈북 전 인근 산원에서 새벽에 출산한 산모들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늦은 저녁 진통이 오는 배를 그러안고 갑자기 들이닥친 산모들은 새벽에야 겨우 출산했다. 의사가 잠든 틈을 이용해 그들은 집으로 도망쳤다. 산모들이 도망친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날이 밝으면 의사와 간호사들의 식사를 보장해야 하고. 출생문서와 병력서도 작성해야 한다. 입원할 때 사는동과 이름만 접수했기 때문에 사라진 산모들을 찾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경제사정이 어렵다 보니 산모들도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태어난 아이의 영양 상태도 낮은 수준이며 키도 작다. 엄마들은 아이의 성장상태를 보면서 출생신고를 한다. 몸무게나 키가 정상이면 제대로 등록하고, 그렇지 않으면 몇 달 혹은 일 년 뒤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北, 아이의 출생 날짜는 돈이 정한다 왜...돈이 없으니까”
입력 2016-02-25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