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말 새 판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 줘야 한다” 정계복귀 몸풀기?

입력 2016-02-24 21:03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최근 들어 잇따라 정치권의 새판짜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축하모임 축사에서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을 언급한 뒤 "이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정치의 판을 새롭게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이 지난달 31일 "정말 새 판을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공개석상에서 새판짜기를 거론한 것이어서 정계복귀를 위한 몸풀기 아니냐는 관측도 낳는다.

재작년 7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에 머물러온 그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외견상 현실정치 참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우리 정치는 국민의 눈높이라는 키워드를 잃어버렸다"며 "독자가 없는 문학이 존재할 수 없듯이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고 현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풀뿌리 민중이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굳게 뭉쳐서 남북이 하나되고 동아시아 미래의 중심을 이뤄야 한다"며 "제가 지금 강진에서 올라왔지만 이것이 다산 (정약용)이 강진 다산초당에 머물며 다졌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염원이다. 그러나 이 통일은 평화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압박와 제재에 의한 붕괴나 흡수통일은 이뤄질 수도 없고, 동포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단체제를 평화롭게 유지하고 서로 번영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만나서 접촉하고 개혁하는 것이 변화의 원천"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히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북 강경책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이지만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북한 와해', '궤멸'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축사후 기자들과 만나 '새판짜기' 언급 배경을 묻자 "그대로 보면 되는거지"라고 받아넘겼고, '현실정치에 나오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는 "자 고생했어요"라고 즉답을 피했다.

더민주가 이날 현역의원 10명의 공천을 원천배제한 데 대해 "난 아직 소식을 몰라서…"라고 말을 아꼈다.

손 전 고문 측은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국민의 바람을 말씀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이 직접 설거지를 하거나 밥을 짓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말 한 마디를 갖고 현실정치에 나온다고 해석하면 과대해석"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