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영남제분 악몽… 여대생 엄마 영양실조 사망

입력 2016-02-24 11:22 수정 2016-05-09 17:10
사진=파워 블로그 게시물 캡처

‘영남제분 청부 살해 사건’ 피해 여대생 어머니가 영양실조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영남제분이 지난해 ㈜한탑으로 기업 이름을 바꿨다”며 “이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경기 하남경찰서는 영남제분 회장의 아내 윤모씨에 의해 청부 살해된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설모(64)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설씨가 숨진 건 딸이 살해 된 지 14년 만이다.

경찰은 설씨가 165㎝ 키에 38㎏밖에 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영양실조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설씨가 딸이 숨진 후 식사도 거른 채 하루하루를 술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영남제분 사건은 2002년 류원기 회장의 아내 윤모씨가 자신의 판사 사위와 이종사촌 여동생인 하씨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불거졌다. 윤씨는 자신의 조카와 조카의 고교 동창에게 1억7500만원을 주고 하씨의 청부살해를 의뢰했다. 두 사람은 하씨를 납치해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하씨의 시신은 실종된 지 열흘 만에 발견됐다.

윤씨는 살인교사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윤씨는 2007년 유방암, 파킨슨씨병, 우울증, 당뇨 등 허위진단서로 형 집행 정지 처분을 받고 감옥이 아닌 병원에서 초호화 생활을 했다. 류 회장은 부인의 허위진단서 발급을 위해 77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했다. 이로인해 영남제분의 주가는 급락했고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류 회장은 2014년 대표직을 사임했으며 강신우 대표가 취임했다. 강 대표는 2015년 3월 사명을 변경했다. 강 대표는 사명 변경 이유에 대해 “제분과 배합사료에 국한돼 있던 사업을 친환경식품, 생명공학 등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중들은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이미지를 없애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설씨의 죽음으로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들이 소비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매운동을 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을 찾아낸 네티즌도 있었다.

현재 해당 회사의 주력 상품은 ‘해바라기표 밀가루’다. 이 제품은 식당이나 상점, 기업에 납품된다.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롯데제과, 삼양식품, 농심 등은 영남제분 밀가루를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이들 기업은 이 때문에 납품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