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엉덩이 사진이 공개될 일은 없었습니다. 학자들은 매일 접하는 모습인데다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연구 대상의 엉덩이 사진이 일반인들에게 퍽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생물의 엉덩이 사진이 일반에 공개될 기회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이달 중순 영국 에든버러 대학(the University of Edinburgh)의 여성 조류학자 가브리엘라(Gabriela)는 우연히 동료 생물학자인 안네 힐본(Anne Hilborn)이 엄청나게 큰 코끼리의 엉덩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보고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가브리엘라는 자신의 블로그(Amidst Science)에 ‘나도 엄청나게 많은, 멋진 엉덩이 사진을 갖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사향오리의 엉덩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별도의 해시태그(#WildBum·야생의 엉덩이란 의미)도 붙였습니다.
엉덩이를 의미하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곧 널리 확산됐습니다. 처음 코끼리 엉덩이 사진을 올린 힐본이 생물학자를 중심으로 4000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자들은 너도나도 자신이 갖고 있던 재미있고 신기한 사진들을 해시태그를 첨부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그들이 전 세계에서 올린 다양한 생물의 엉덩이 사진은 학자들을 넘어 일반인이 관심을 표시할 정도로 확산됐습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해당 생물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자 많은 생물학자들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가브리엘라는 “앞으로 (원하지 않았던 모습이라 해도) 엉덩이 사진은 항상 보관해둬야 겠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