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김광진 필리버스터 5시간 32분, DJ 기록 경신

입력 2016-02-24 01:08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35) 의원이 24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DJ는 1964년 4월 20일 동료의원인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오후 7시 7분쯤 첫 토론자로 나서 이날 새벽 12시 39분까지 5시간 32분 동안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DJ의 5시간 19분 기록을 13분이나 초과해 발언했다. 김 의원은 중간중간 기침을 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의 토론이 끝나자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던 동료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등 세 차례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점을 근거로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이유로 “이슬람국가(IS) 등 국제적 테러 발생과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볼 때 국민 안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었다. 현재 테러 위협이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된다는 의미였다.

김 의원의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더민주 동료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의원을 응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기에 바쁜 바로 오늘은 민주주의의 조종이 울린 날”이라며 “유린당한 민주주의를 김광진 의원이 지키고 있습니다. 성원합니다”고 썼다. 19대 국회에 청년 비례대표로 입성한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 곡성에 예비후보로 도전장을 냈다.

김 의원의 뒤를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내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는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언급된 ‘무제한 토론’을 뜻한다. 국회법 106조 2항은 무제한토론을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으로 명시하고 있다. 재적의원 3분의 1이상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이를 실시토록 하는 의무조항도 담겨있다. 시간제한은 없지만 횟수는 의원 1인당 1회로 한정된다.

제헌국회 이후 다수당의 전횡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가 행사된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DJ의 사례 외에도 1969년 8월29일 법제사법위원회 71회 회의에서 신민당의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사례가 최장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이자 1969년 이후 47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실시되면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본회의를 산회할 수 없다. 회의 도중 의원들이 이탈해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지 않았을 때도 회의는 계속된다.

토론 강제 종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이 서명한 종결동의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이 경우 의장은 무기명 찬반투표를 통해 종결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의결요건이 재적의원 5분의 3이어서 사실상 토론 중단을 강제하기가 어렵다.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 때까지만 가능하다. 토론 도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토론은 종결된 것으로 보고 관련 안건은 다음 회기 본회의에서 곧바로 표결에 붙인다.

더민주는 소속 의원 108명 모두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를 중단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테러방지법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결되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달 11일 2월 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당장 첫날이라도 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