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선거구의 지역구가 진통 끝에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게 됐지만, 지역구 후보들의 '밥그릇'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정의화 국회의장은 23일 서울 1석(2석 증가, 1석 감소), 경기 8석, 인천 1석, 충남 1석(2석 증가, 1석 감소), 대전 1석 등 12석을 늘리고 강원 1석, 경북 2석, 전남 1석, 전북 1석 등 5석을 줄이는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획정위원회에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인구를 기준으로 최소인구 14만, 최대인구 28만으로 맞춘다는 기준을 적용하면 시·도별로 여러 시·군·구가 합쳐진 지역구를 쪼개거나 붙일지 밑그림은 그려진다.
문제는 한 시·군·구 내에서 분할이 이뤄지는 예외적인 경우다. 최대·최소 인구 편차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을 뒀지만, 읍·면·동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후보자들의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선거구 경계조정 과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게리맨더링'이 일어날 개연성도 크다.
◇강남 분구 경계, 양재천이 변수? = 서울에서 늘어나는 2개 선거구 가운데 1개가 배정되는 서울 강남구는 갑·을 2개 지역구가 갑·을·병 3개로 나뉘게 됐는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자를지가 쟁점이 됐다.
공교롭게도 강남병을 노리는 여야 원외(院外) 후보들 사이에 선거구 획정을 놓고 '공동전선'이 구축됐다. 한강에 인접한 곳부터 갑·을·병으로 나누면서 을과 병의 경계를 양재천으로 삼자는 게 새누리당 이은재,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생활권 구분의 기준이 되는 큰 도로나 하천을 경계로 선거구를 정하는 게 원칙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 후보도 "강남의 시의원 선거구가 양재천을 기준으로 분리돼 있는 만큼 국회의원 선거구도 마찬가지로 양재천이 분구 경계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남을 현역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강남을인 대치·개포·일원·수서·일원·세곡동을 최대한 유지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은 다만 "획정위의 획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수원 4곳→5곳 경계 조정 이견 = 경기도에선 현재 여야가 현역의원을 2대 2로 나눠갖고 있는 4개(장안, 권선, 영통, 팔달) 선거구가 5개로 늘어나는 수원 지역이 여야의 유·불리에 따라 치열한 '게리맨더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에선 수원의 중심에 있는 팔달구를 두고, 이를 둘러싼 나머지 3곳 중 장안구에서 율전동 등 야당 세(勢)가 강한 지역을 권선구 내 경부선 서쪽 지역과 붙인 뒤 권선구 나머지 지역과 영통구 일부를 붙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방안에 더민주 측에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현역인 권선·팔달이 유지되면서 장안에서 새누리당이 추가로 1석을 얻는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정작 갑·을로 분구되는 연수보다 시·군·구 경계 조정이 이뤄질 서구강화군, 계양, 중·동·옹진 등이 이슈다. 현재 지역구는 서구강화군과 계양이 각각 갑·을로 돼 있다. 중·동·옹진은 현역 박상은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곳이다.
검단 신도시의 인구 유입으로 서구가 인구 초과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지역의 연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강화·서을)은 '무주공산'인 중·동·옹진 가운데 중·옹진을 강화와 붙여주기를 바란다. 같은 '도서 지역'이라는 논리에다 여당 지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만 갑·을로 나누고, 강화를 계양과 합쳐 다시 갑·을로 나누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화를 기반으로 한 안 의원은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계양의 더민주 송영길 예비후보,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인다.
의석이 늘어나는 수도권에서 여야 간 유·불리, 지역 내 조직 기반 등을 놓고 미세적인 경계 조정 싸움이 벌어진다면, 의석이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에선 현역 의원끼리 또는 유력 후보자와 현역 의원이 '외나무다리' 싸움을 벌여야 한다.
◇강원은 홍천횡성 쪼개는 방식이 관건 =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강원이 대표적이다. 인구 미달을 허용하기 위해 5개 시·군·구에 걸친 지역구를 금지하는 '농어촌 특별선거구'가 무산되면서 홍천·횡성이 붕 뜨게 됐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홍천·횡성을 쪼개 홍천은 고성을 떼어낸 속초·양양과 붙이고, 횡성은 태백을 떼어낸 평창·영월·정선과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떨어져 나온 고성은 철원·화천·인제·양구에, 태백은 동해·삼척에 각각 붙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해야 4개 이상 시·군·구에 걸친 '기형적 선거구'가 1곳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황영철(홍천·횡성), 정문헌(속초·고성·양양), 한기호(철원·화천·인제·양구), 염동열(태백·평창·영월·정선), 이이재(동해·삼척) 등 새누리당 의원 4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홍천과 횡성을 각각 철원·화천·인제·양구와 평창·영월·정선에 붙이고 태백·동해·삼척을 만들거나, 홍천·횡성을 속초·양양과 붙이는 다른 2가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다만 4개 이상 시·군·구에 걸친 선거구가 2∼3곳 나오는 부담이 있다.
◇장흥강진영암 분구 방식놓고 두 野 신경전 = 전남도 시·군·구를 쪼개는 방식에 따라 4∼5가지 조합이 가능해 '옛 동지'인 더민주와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의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장흥·강진·영암(국민의당 황주홍)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방안은 장흥·강진·영암을 좌우로 쪼개 무안·신안(더민주 이윤석)에 영암을, 고흥·보성(국민의당 김승남)에 장흥·강진을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 지역구가 2곳에서 1곳으로 줄면서 황 의원은 같은 당 김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강진·영암을 무안·신안과 합치고 장흥만 고흥·보성에 붙이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 측에서는 영암과 무안 사이에 영산강이 있어 생활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함평이 붙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상한 초과인 순천·곡성(새누리당 이정현)에서 곡성을 분리해 광양·구례(더민주 우윤근)에 넘기는 조정도 필요할 전망이다. 이 의원은 광양·구례와 합쳐지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고향인 곡성을 떠나 순천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젠 선거구 경계선 긋기 전쟁”…곳곳서 게리맨더링 불꽃 전쟁
입력 2016-02-23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