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1개월 넘게 끌어온 선거구 획정문제를 23일 어렵사리 매듭지은 데는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작년 3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출범해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했지만 선거구 획정 자체에 대한 이견에다가 막판에는 쟁점법안 처리문제와 연계되는 바람에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김종인 대표는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만나 선거구획정 기준에 합의하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전격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풀지 못한 이 문제가 결국 대표 간 회동에서 마침표를 찍고 타결을 본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쟁점법안인 테러방지법을 선거법에 묶어 처리하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선거법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경제활성화과 테러방지법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법과 연계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민주가 이것을 거부하는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선거는 차질없이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테러방지법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선(先) 처리, 또는 선거법과의 동시 처리를 주장해온 청와대가 김 대표의 이 같은 현실적 판단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 처리라는 우회로를 만들어준 것이 결과적으로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한 김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선(先) 민생법안, 후(後) 선거법안' 원칙이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칙이 깨지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다"며 "선거를 진행해야 하는데 더 미룰 수 없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김무성 대표로선 선거구 획정 기준 합의 이후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의 본회의 처리까지 며칠간 시간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 선거구획정에 대해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취함으로써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야당을 결단을 유도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대표가 취임한 이후 여야 쟁점법안 처리 문제에서 실용적 태도를 강조한 것도 선거법 타결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전 지도부에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쟁점법안 일부가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진전을 본 것도 사실이다.
김종인 대표는 그동안 대여 전략에 대해 과거 운동권 방식의 강경투쟁 방식만으로는 안된다면서 선명성도 좋지만 실익을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누차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근로자보호법처럼 더민주의 정체성과 직결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은 수용 불가 입장을 관철해야겠지만 타협의 여지가 있는 법안의 경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야당으로서 얻어낼 부분은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도 "야당이 절대 받을 수 없는 법안이 아니라면 수정할 때까지 수정한 뒤 법 통과 후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여당 책임을 물으면 된다. 반대만 하면 무책임한 야당으로 비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 측은 "김 대표는 야당이 예전과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그러나 큰 틀의 원칙만 제시하고 원내 협상에 일일이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무성-김종인 라인,한건 크게 했다” 선거구 평행선 종지부
입력 2016-02-23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