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회의 땅? 브루킹스연구소 "미국도 금수저, 흙수저"

입력 2016-02-23 15:01
어메리칸 드림이라고 쓰여진 팻말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불린다. 개인의 신분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켜지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을 쟁취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회의 땅’이라는 오랜 믿음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도 ‘금수저, 흙수저’ 등 출신 환경에 따라 사람의 성공이 좌우된다는 얘기다.

WP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1968년 이후 1만8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의 경제적 성취 정도를 연구했다. 연구소측은 우선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에 비해 185% 이하의 수입을 얻는 가정을 저소득층 가정이라고 규정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가정 출신 자녀들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아이는 고교만 졸업한 저소득층 자녀들보다 수입이 91% 더 많았다. 이는 당연히 예상됐던 결과였다. 그런데 중산층 또는 상위층 출신 자녀들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의 수입은 고교만 졸업한 같은 부류의 아이들에 비해 162% 더 많이 벌었다.

이런 출신별 수입 격차는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소득층 출신의 대졸자는 사회생활 초반에 중상위층 출신의 대졸자 월급의 3분의 2 정도 밖에 벌지 못했다. 같은 대졸자라도 출발에서부터 차이가 난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소가 이들을 더 추적 조사한 결과 저소득층 출신들은 사회생활을 한참 더 한 뒤에는 격차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대졸자 출신들은 중견 사회인이 됐을 때 평균수입이 5만 달러(6000만원) 정도였으나, 중상위층 대졸자는 평균수입이 10만 달러(1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브래드 허쉬베인 연구원은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책결정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학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는 큰 요소가 아님을 나타내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소득층 자녀는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비싼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학교를 졸업하기가 결코 쉽지도 않다고 WP는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