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되고 쪼개지고...” 지역구 사라진 농촌 의원들 망연자실

입력 2016-02-23 12:34

여야가 23일 수도권 지역구를 늘리고 농어촌 지역구를 줄이는 4·13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에 전격 합의하자 지역구가 공중분해 되거나 다른 지역구와 합쳐진 의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9석에서 8석으로 줄어든 강원 지역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5개 시·군·구에 걸친 전국 유일의 선거구(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춘천, 강릉, 원주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가 연쇄적인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홍천·횡성이 쪼개져 홍천은 정문헌 의원의 지역구(속초·양양·고성 중 고성 제외)로 붙고, 횡성은 염동열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의 지역구 중 일부인 영월·평창·정선으로 붙어 같은 당 의원과 '혈투'를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황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농어촌 지방의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하겠다던 여야 합의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인구만 기준으로 선거구를 만들겠다는 최종안은 농어촌과 지방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 지역의 다른 의원도 "인구 상한·하한에만 맞추려다 보니 영서·영동의 지리적 특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형적 선거구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야 합의안이 반영되면 강원도는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걸친 선거구가 2개 나올 전망이다.

역시 의석이 줄게 된 영·호남 지역 의원들도 이번 협상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 영주의 장윤석 의원은 연합뉴스에 "시·도별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다. 이런 횡포가 어딨느냐"며 "이미 협상을 했으니 도리는 없지만,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영주는 문경·예천과 합쳐져 장 의원은 같은 당 이한성 의원과 생존경쟁을 벌이게 됐다.

전남 장흥·강진·영암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도 "걱정되고 당황스럽지만, 새로 선거구가 짜이면 거기서 다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전남에서 1석이 줄면서 장흥·강진·영암은 좌우로 쪼개져 황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윤석 의원(무안·신안)이나 국민의당 김승남 의원(고흥·보성)과 경쟁해야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