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청년들에게 분노하라고 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참여민주주의를 환기했다면, 장 교수의 ‘분노하라’는 한국의 재벌위주 성장정책에 대한 수정, 즉 경제민주화 실현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흙수저 금수저 헬조선 등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나온 용어라면서 이를 바꾸기 위해선 투표행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장하성 교수는 23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나와 “한국은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지난 17~18년간의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나라”라며 “2007년부터 본다면 지난 6~8년 동안 24% 성장을 했다. 이건 OECD 국가 중에서도 두세 번째 높은 누적 성장률”이라고 지적했다.
장하성 교수는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받는 임금은 4.3% 늘었다”고 했다. 성장률과 견줘 소득은 지나치게 적게 늘었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경제는 성장을 했는데, 그 결과로 국민들 월급은 안올랐고, 그 결과로 국민들 가정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행방을 모르는 경제 성장의 과실은, 가계의 부채는 폭증하는데 기업의 저축률이 18%를 기록한 데서 알 수 있듯, 초우량 대기업으로 몰려들었다고 장 교수는 진단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분배가 안돼서 불평등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거기에다 정규직 비정규직 원청기업 하청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등 복잡한 갑을관계와 불공정한 거래관계가 만들어 졌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태어날 때 가지고 난 환경, 즉 흙수저이면 내가 노력해도 은수저나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구조의 문제로 귀결됐다고 했다.
장하성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재벌이 잘못되면 나라 잘못될 수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앞장서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 수준을 넘어 ‘경제 비상사태’라고 진단하는 현실 앞에선 분노까지 느끼는 듯 했다. 장 교수는 “도대체 이 경제 비상사태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의 실책”이라며 “그걸 국민들한테 대놓고 또는 야당한테 대놓고 마치 남의 책임인양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는 ‘기업이 어렵다’는 식의 논리로 연결되고 결국 재벌위주 공포 마케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왜 분노해야 하는가 -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이란 책을 낸 장 교수는 대안으로 젊은이들에게 적극적 정치행위를 주문했다. 장 교수는 “미래는 미래 세대의 것이고 부모 세대는 이 세상을 바꿀 생각이 없다”라며 “이번 총선부터 직접 정치권에 뛰어들든 아니면 적극적인 정치 행위, 투표랄지 자기들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새롭게 시작하는 단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장하성 교수의 분노하라…“朴정부 재벌위주 공포마케팅, 투표로 심판해야”
입력 2016-02-23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