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야구를 평정했음에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34)의 각오가 남다르다. 시범경기에서 눈도장을 받기 위해 수비훈련을 자청하고 외야에서 공 줍기에 나서는 등 신인선수 같은 모습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하고 있다. 서툰 영어임에도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장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이대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의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로지 25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곧 열릴 시범경기에서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굉장히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대호는 “최선을 다하는 게 첫 번째지만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평소 준비해온 대로 내 타격을 보여주고 내 수비를 바라보는 빅리그의 시각도 바꿀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련 분위기에 대해선 “굉장히 자유로우면서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날 보고 있다는 강압적인 느낌도 받는다(웃음)”며 “한국과 일본에선 늦게 시작해 늦게까지 남아서 했는데 여긴 새벽에 일찍 와서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메우고 일찍 집으로 간다”고 달라진 환경을 설명했다. 이대호는 “새벽에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장에 나온다”며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후배인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과 관련 그는 “둘은 계약을 잘했고, 둘보다 형인 난 마이너리그 선수”라며 “다 야구를 잘해서 시즌 끝나고 웃으면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음 섞인 답변이지만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애틀과의 계약에 ‘옵트아웃’ 조항을 내건 이유에 대해 이대호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른 팀에서라도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옵트아웃 조항이 있으면 상황에 따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는냐’란 질문에 대해선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승부를 볼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관련 기사 보기]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보다 형이지만 난 마이너리그"
입력 2016-02-23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