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청년 류준열 “아직 갈 길 멀어요”… kmib가 만난 스타

입력 2016-02-23 00:07 수정 2016-02-23 00:26
사진=서영희 기자
스타의 삶이란 이런 걸까. 배우 류준열(30)은 요즘 극한 체험 중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 종영 이후 푸켓 포상휴가를 갔다가 ‘꽃보다 청춘’까지 찍고 돌아왔다. 그리고 본격 강행군 시작. 인터뷰와 광고·영화 촬영이 줄줄이 잡혀있다.

아무리 건강한 청년이라 한들 당해낼 재간이 있나.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류준열은 다리까지 덮이는 패딩을 입고도 연신 기침을 했다. “죄송해요.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아픈 사람을 앉혀놓고 사과부터 받다니, 불편한 마음에 “병원은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많이 갔죠. 자주 갔죠. 이제 그만 오래요(웃음). 괜찮아요. 감기가 원래 딱 낫고 이런 게 아니니까요.” 특유의 미소와 함께 날아온 농담. 그제야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질문을 건넬 수 있었다.

류준열에게 응팔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일 테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그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놨다. 학창시절 한 번쯤 마음을 줬을 법한 ‘츤데레’ 정환 캐릭터가 여심을 흔들었다. 물론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류준열의 공이 컸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작 ‘미드나잇 썬’(2014)부터 부지런히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첫 상업영화 ‘소셜포비아’(2005)에선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년차 배우라곤 믿기지 않을 내공이 그에게 느껴진다.

“배우로서의 목표요? 뚜렷한 목적은 없어요. 그냥 오래오래 하자는 게 목표예요. 오래 봐야죠.” 앞으로 함께할 날은 많은 듯하니 지난날을 밟아봐야 겠다. 알수록 더 알고 싶고, 볼수록 더 매력적인 그는 역시 ‘볼매남’이었다.

-교사를 꿈꾸며 재수하다 수능 한 달 전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확신이 든 계기가 있었나.
“계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잘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하면 되겠지’ 생각했어요.”

-왜 갑자기 배우가 되고 싶었나.
“당시에 제가 좋아하는 게 영화였어요. 영화를 엄청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간 것 같아요. 만약 다른 걸 좋아했다면 다른 길을 갔을 수도 있죠.”

-연기에 관심이 있었나.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 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어요. 워낙 친구들 앞에서 농담하고, 웃기고, 같이 노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학원 한 달 다니고 대학 연극영화과 합격했다고.
“맞아요.”

-천재 수준 아닌가.
“아이, 운이 좋아가지고. 대학 간 것도 그렇고, 응팔 오디션 된 것도 그렇고,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대학생 류준열은 어땠나.
“저 대학 때 되게 조용했어요. 밥 혼자 먹었어요. 제가 학교를 한 학기 다니고 휴학했다 군대 갔다 와서 다시 다녔거든요. (다른 친구들이랑) 나이 차이가 좀 있다보니까. 그리고 목표도 뚜렷했기 때문에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갔어요.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안했는데, 알바해서 등록금내는 것보다 장학금 타는 게 더 빠르거든요.”

-아니, 공부를 하러 집에 바로 갔다는 말인가.
“공부라기보다 과제하러(웃음).”

-모범생이었나 보다.
“모범생은 아니고 모범생 흉내를 냈죠.”

-알바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방학 때 많이 했어요. 학기 끝날 때쯤 (구인공고)한 바퀴 싹 돌아야 돼요. 학기 끝나고 나면 알바 자리가 없거든요. 뭔지 아시죠? 학기 끝날 때쯤, 누구보다 빠르게.”


-목표가 확실했다는 건 어떤?
“일단 장학금을 타고 싶어서 공부에 집중을 좀 했어요. 확실히 자기가 좋아하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게 하게 되더라고요. 학창시절에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 텐데(웃음).”

-정말 평범했다.
“그죠. 평범했어요.”

-졸업한 뒤에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닌 건가.
“그렇죠. 졸업 앞두고 조금씩 준비하고요. 4학년 때는 과제도 많지 않아서요. 졸업하고 바로 시작했죠.”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힘든 적도 많았을 것 같다.
“그죠. 많이 떨어졌죠. 엄청 떨어졌어요. 첫 작품 하고 나서도 많이 떨어졌고, 계속 떨어졌어요. 응팔 들어가기 전에도 떨어진 거 많아요. 직전에 떨어진 것도 있어요.”

-참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 직접 명함을 만들어 돌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맞아요. 한 순간 한 순간 타이트하게 보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시간 허투로 안 쓰려고. 그게 쌓여서 (이제) 조금 빛을 보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열심히 지낸 것 같다.
“제가, 그게 있어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유독 시간을 그렇게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나.
“그게 청춘, 젊음, 열정, 그런 것들이랑 다 연결돼있는 거 같은데요.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아쉬워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아껴 쓰려고 노력하죠.”


-이른 데뷔가 아니기에 좀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
“약간 그런 게 한 몫 한 것 같긴 해요. 직장인은 출퇴근이 있지만, 배우는 그런 게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눈 뜨고 감을 때까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백수가 원래 더 바쁘거든요(웃음).”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됐나.
“저는 ‘매일 이거 하나 해야겠다’ 하는 게 있었어요. 책은 이만큼 읽고, 운동 꼭 갔다 오고, 영화 한 편 보고, 드라마 한 편 보고. 이렇게 루틴이 있었어요. 그거 다 하면 하루가 가요. 일정을 빠듯하게 하나 더 넣고, 더 넣고, 하다보니까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아요.”

-계획을 세워놓고 잘 지키는 편인가 보다.
“맞아요. 계획대로 지키고 체크하고 이런 거 좋아했어요.”

-쉽지만은 않을 텐데.
“그걸 약간 즐겼어요. 역시 즐기는 사람은 못 당해요.”

-결국 꿈을 이룬 셈인가.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너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도 번다. 다 됐다. 꿈을 이뤘다.’ 물론 (꿈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지금 꿈을 이뤘다고 얘기하면 너무 허탈할 거 같아요. 그죠? 아직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많으니, 더 나아가야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