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실수로 4살짜리 꼬마가 종신형을 선고받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이집트에서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이집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종신형을 선고받은 4세 소년 아흐메드 만수르 카르미의 아버지가 전날 이집트 민영 드림TV에 출연해 이 같이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연에 대해 털어놨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등 외신들도 이집트 법원이 복수의 살인과 살인미수,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카르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초에 발생했다.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 간의 유혈충돌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혼란상태였던 이집트에서 카르미는 서부 카이로에서 벌어진 사건에 연루된 총 115명의 피고 중 한 명이다.
당시 경찰이 찾아와 아들 만수르의 소재를 묻자 2살짜리 아들 카르미를 보여줬던 아버지는 아들 대신 끌려가 넉달간 구금됐다. 이같은 불운도 모자라 2년이 지난 뒤 아들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을 들은 부모는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법원의 재판 기록에 의하면 2살이 채 안 된 카르미가 어른들과 공모해 4건의 살인과 8건의 살인미수를 저지른 셈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수사당국은 카르미에게 종신형이 내려진 이유가 동명이인으로 인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카르미의 변호인측은 폭력사태에 연루된 용의자 ‘아흐메드’가 같은 거리에 사는 16세 남성이라는 당국의 해명과는 달리 실제 같은 거리 또는 같은 주에 동명이인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카르미의 출생증명서 등을 제출하고 피고인 명단에서 삭제해 줄 것을 반복해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에 대해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피고인의 이름에 실수가 있었다”며 “경찰이 수배 중인 50대인 피고인 삼촌과 그 아들의 이름이 같아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가 “경찰이 처음에 남편과 4살 된 아들의 소재를 물었지 삼촌의 소재에 관해서는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며 당국의 거듭된 거짓 해명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파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집트서 4살짜리 꼬마에 종신형 선고 파문
입력 2016-02-22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