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간호에 지친 일본의 한 노모가 뇌성마비에 걸린 아들을 살해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일본 네티즌들은 노모가 너무 불쌍하다며 무죄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22일 일본 매일신문은 2014년 11월 22일 집에서 자고 있던 아들(44)의 목을 허리끈으로 졸라 살해한 노모(74)가 징역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노모는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난 둘째 아들을 44년째 간병해오다 힘에 부치자 살해했다. 그는 법정에서 “정말 귀여운 아들이었는데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노모는 나이가 들수록 아들 병간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가정에서도 휠체어로 이동했다. 70대 노모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거나 내릴 때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2007년 남편과 사별한 뒤 아들의 병간호는 더 벅찬 일이 됐다고 노모는 말했다. 2012년부터는 우울증 진단을 받아 항우울제를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모는 사건 당일 옷장에 있던 허리끈으로 자고 있던 둘째 아들의 목을 졸랐다. 첫째 아들은 법정에서 “어머니는 동생을 사랑했지만 44년간 겪어온 어머니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생의 인권도 소중하지만 어머니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노모는 집행 유예를 요구하며 항소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애절한 이야기다” “이것은 쉽게 꾸짖을 수 없다” “엄마도 불쌍하다”라며 아들을 살해한 노모의 편을 드는 댓글을 달았다.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일본에서는 자녀의 병 간호를 하는 부모들의 고령화가 진행돼 ‘자신이 죽으면 자녀들은 어떻게 될까’하고 고민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전문가가 병 간호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44살 뇌성마비 아들 살해한 日노모에 동정여론 확산
입력 2016-02-23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