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탄광에서 일하면서 항상 즐거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잘못된 메시지'

입력 2016-02-22 14:37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나오는 투덜이 난쟁이 '그럼피'. 연구진은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가난과 불평등 문제가 경시되며 오히려 좋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매일 탄광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면서 항상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듀크대 연구진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32편을 분석한 결과 작품 속 캐릭터들이 노동자 계층의 비참함을 감춰 어린이들에게 가난과 불평등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경우 탄광에서 일을 하는 난쟁이들은 항상 의욕적이며 심지어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투덜거리는 캐릭터인 ‘그럼피’마저도 말이다. 뮤지컬 영화로 만들엉진 ‘메리 포핀스’ 속 굴뚝청소부 버트는 고된 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근심걱정이 없다. 힘든 일을 하는 삶이 비정상적으로 행복하게 묘사돼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다른 애니메이션인 ‘알라딘’ ‘라이온 킹’ ‘101마리 달마시안’도 가난을 좋은 것으로, 계층간 이동을 어렵지 않은 것으로 그렸다고 연구진은 비판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직업을 통해 왕족, 기업가 등 사회의 상위계층부터 군인, 선원, 광부, 청소부 등 노동자 계층까지 구분돼 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은 가난하고 직업이 없는 캐릭터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노동자 계급의 캐릭터들은 비현실적이며 자신들의 직업을 ‘활기차고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부유한 캐릭터들이 “안락해보인다”면서 하층계급의 삶을 동경하는 모습까지 등장한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어린이가 즐겨보는 많은 영화들이 가난과 불평등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이런 방식을 통해 사회의 계급 구분 문제를 중요치 않은 일, 심지어 건전한 일로 ‘합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