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천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지난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거주중인 김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어머니와의 관계는 이미 다 알려져 있어 특별히 증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정식 소송을 준비하다 보니 유족으로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친생자 소송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해 별세한 천 화백은 첫 남편과 사이에서 1남1녀를 낳고 두 번째 남편인 김남중(별세)씨를 만나 정희씨와 종우씨를 낳았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다. 김남중씨는 당시 법적인 부인이 있는 상태여서 김 교수 남매는 아버지 쪽 호적에 올랐고 어머니도 김씨의 부인으로 등록됐다.
김 교수의 소송을 대리하는 배금자 변호사는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을 규명하기 위해 나서려 하는데 법적인 친자관계 신고가 안 돼 있다 보니 친자확인 소송을 먼저 하게 된 것”이라며 “친자 확인이 되는 대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미인도’ 위작을 내세운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명예훼손·저작권침해 혐의 형사 고소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친자확인 소송이 유산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친생자 소송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그것을 생각할 것 같아 한참 망설였다”며 “절대로 그것 때문에 하는 소송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이어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소송을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와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에 작가가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해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천 화백이 별세한 뒤 작년 12월 김 교수는 남편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임을 밝히라고 촉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통보문을 보낸 바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천경자 화백 차녀, 친자확인소송 제기
입력 2016-02-22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