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인가 악취미인가” 거액 들여 유명인사의 머리카락 수집하는 사람들

입력 2016-02-22 11:39
“취향일까, 악취미일까?”

수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유명인사의 ‘머리카락’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와 셀피가 일상화 돼 과거 큰 가치를 지니던 스타나 유명인사의 ‘사인’이 희소성을 상실해가는 상황에서 그들의 진짜 유물, 이를테면 머리카락이 많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곁들여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달라스 경매에서는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이 50여 년 전 영화를 촬영하면서 깎은 머리카락 다발이 예상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3만5000달러(약 4315만원)에 팔렸다. WP는 “어떤 미친 열성팬이 구매한 게 아니라 헤어 수집 자체가 높은 수요를 가진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에도 레논의 더 긴 머리카락이 개인미용사에게 준 사인책자와 함께 4만8000달러에 판매된 전력이 있다, 같은 해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의 머리카락은 그의 지문, 사진과 세트로 11만950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머리카락만 판매된 경우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남은 기록은 2002년에 팔린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카락으로 가격이 11만5000달러에 달했다.

이번에 레논의 머리카락을 판매한 영국 수집가 폴 프레이져는 “우리는 제품들이 다음 세기를 결코 볼 수 없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술은 영원불변하고 (그 예술의 숨결이 숨쉬는) 실제하는 무언가”라고 레논의 머리카락 등 예술관련 수집에 대해 설명했다.

예술품과 골동품, 우표와 동전 등을 전문 수집하는 프레이져는 레논 이외에도 폴 매카트니와 나폴레옹, 마릴린 먼로, 존 스타인벡, 캐서린 햅번, 찰스 디킨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존 F 케네디, 저스틴 비버 등의 머리카락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비버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에 570달러, 한 뭉치에 5만 달러 정도에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의 머리카락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 수집가 존 레츠니코프 역시 CBS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신체 일부를 소유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WP는 “유명인사의 머리카락을 수집하는 취미는 인간의 두 가지 위대한 정신적 오락, ‘수집’과 ‘스타에 대한 집착(팬덤)’의 결합”이라면서 무언가를 수집하는 취미와 스타에 대한 사랑은 쉽게 섞인다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