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지난해 말 비공식적으로 평화협정 논의를 했지만 비핵화 문제로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분단의 당사국은 북한과 미국인데 한국을 제외한 채 미국과 북한이 논의했다는 점에서 국내 네티즌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는 현지시간으로 21일 워싱턴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작년 말 북한이 평화협정 논의를 공식 제안한 이후 미국과 북한이 비공식 외교채널을 이용해 양측의 의사를 교환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제안에 대해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고 평화 협정 논의는 그 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해 논의는 결국 없었던 일이 됐다”고 매체에 말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연합뉴스에 “분명히 말하면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다”며 “우리는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후 비핵화가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는 ‘선 비핵화 협상, 후 평화협정 논의’라는 입장을 고수해 북한이 먼저 제안한 평화협정을 명백히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의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면담하는 형태가 아니라 두 국가 간의 비공식 외교경로인 ‘뉴욕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자 온라인 판에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며칠 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는 삽시간에 6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많은 네티즌들은 남북 관계의 당사국인 한국이 논의 대상에서 제외 된 점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휴전 중인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인데 정작 당사국은 쏙 빠졌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미국과 북한이 협상했다니, 창피하다” “우리만 왕따 당한 거다” “우리 안보 문제를 중국과 북한이 미국과 논의한다는 게 참 어이없다” “한국이 자주 국방력을 갖추지 못하면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더불어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되는데 지도자의 자존심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만 죽어 난다”며 북한의 선택을 비난한 의견도 줄을 이었다. 반면 “북한이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비핵화는 무리한 것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한국이 왕따(?)”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평화협정으로 인터넷 ‘시끌’
입력 2016-02-22 10:52 수정 2016-02-22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