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제로여도 유류세는 900원… “세금 30% 낮추고, 전기세 조정해야”

입력 2016-02-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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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주유하면 3만원 넘게 세금이다. 1리터를 주유하면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비롯,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수입 관세, 석유수입 부과금 등 유류세라고 통칭하며 정부가 떼가는 돈이 900원 가량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제유가가 0원이 되어도, 900원 정도 정부에 내고 주유해야만 하는 한국이다.

이런 현실에 한탄만 하지 말고, 유류세를 30% 낮추자는 의견이 전문가그룹에서 나온다. 대신 세계에서 제일 싼 수준인 전기세를 조정해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고, 전기로 난방하는 행태를 막아 장기적으로는 탄소배출과 기후변화 관련 국제 제재에 대처하자는 의견이다. 기름값이 생수보다 싼 요즈음이 이를 조정할 적기라는 과학자들의 외침이다.

대중적 과학 글쓰기로 저명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2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유류세는 과도하고 불합리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 중에서 핵심은 리터당 529원이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라며 “1993년에 10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도입한 제도인데,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지금까지 계속 부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포함해 리터당 900원 가량 되는 과도한 유류세는 조세정의에도 반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과되는 목적세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 농어촌 면세유를 비롯한 각종 되돌려주기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많은 비용이 든다. 유류세 과하게 걷어 비용을 발생시키며 되돌려 주는 비합리적 방식이란 뜻이다.

이 교수는 “유류세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 가짜 휘발유를 없애고, 불필요한 면세제도도 없애고, 제일 중요한 전기소비를 줄여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류세가 비싸고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기름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전기를 사용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신기후체제가 시작되고 있는데, 우리의 에너지 소비 패턴은 굉장히 낭비 요소가 심하고 불합리한 방법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류세 30% 낮춰도 정부 세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하면서 “전기요금하고 같이 합리적으로 조정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