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력시위 영향?” 사드 협의 왜 늦어지고 있나

입력 2016-02-22 09:03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협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이 언제 출범할지 22일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한미가 지난 7일 사드 배치 협의 시작 결정을 공동발표한 이후 보름이 되도록 공동실무단의 첫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초께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위에 그쳤고, 심지어 금주 중에도 회의가 개최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국방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공동실무단 운영에 관한 약정(TOR)을 만드는 실무적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공동실무단 회의가 언제쯤 열린다고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회의 규범 하나 만드는 데 장시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 협의를 앞두고 제기된 논란이나 쟁점 등을 실무선에서 사전 조율하느라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그간 사드 배치 및 운용에 대한 비용부담 문제, 배치지역 선정, 사드 레이더(TPY-2 TM·종말모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 전자파 발생, 환경오염 가능성 등이 논란이 되어 왔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하고 레이더 반경 100m 이내 접근금지구역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파 피해가 없으며, 레이더 설치 지역도 고지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이 공동실무단 가동에 앞서 논란과 쟁점이 되는 사안을 추려내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출범이 늦어진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 당국의 한 소식통은 "사드 배치는 단순하게 탱크 하나 들어오는 문제가 아니고 임팩트가 큰 사안"이라며 "양국 정부 차원에서 시끄러운 문제들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느 수준까지 논의할지를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연합사령관 차원에서 단독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양국 정부 차원에서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프랭크 로즈 국무부 군비통제·검증·준수 차관보의 한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순방과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이는 사드 문제가 그의 주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의 잇단 '무력시위' 등도 한미 양국의 협의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31A의 발사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등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둥펑-31 계열의 ICBM을 동원한 기동훈련 장면 등을 반복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북중 접경지역을 담당하는 북부 전구 소속 제39집단군의 동계 훈련 장면과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갖춘 자국산 첨단 전투기 젠(殲)-16의 비행 장면도 각각 공개했다.

전략무기 발사나 훈련 장면을 좀처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관례를 깨고 이를 중계식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협의 등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의 능력을 과장·왜곡하는 방식으로 한미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 중·장거리 레이더나 한반도를 감시하는 군사위성이 사드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인식에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미 육군 소속의 무게체계인 사드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만능도 아니다"면서 "종말모드(Terminal Mode)의 터미널(Terminal)이라는 첫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만 막을 뿐이다. 사드의 위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