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朴대통령, 당선되니까 옛날과 똑같이 대기업 위주”

입력 2016-02-21 18:22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1일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무슨 재벌개혁 하자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에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이유는 몇몇 대기업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면 경제도 안 되고 정치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그런(재벌개혁이라는) 식으로 딱 말을 바꿔서 막 저항하기 시작하니까 정치세력들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경제민주화를 인위적인 재벌 해체 등으로 인식해 반발하자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경제정책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해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투한다고 지적하고서 "다른 나라들은 특정 업종에서 커지면 그 업종에만 충실하지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 하나하나 들어가서 하려고 하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커다란 장치산업 같은 것은 대기업이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이외 분야는 덜 하면 좋겠다"면서 "재벌 대기업 집단들이 과거 한동안 영토확장에 열을 내다 그 결과가 IMF 사태까지 만든 건데 그 누구도 그것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그걸(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할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재벌에 기울어져서 아무것도 못하다 보니 10여 년이 지났고 이명박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마냥 재벌에 치중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경제민주화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장본인이지만 그때 지나고 나니까 옛날하고 똑같이 대기업 위주로 간다. 지금과 같은 패턴이 계속되면 절대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당 행사에서 한 차례 포문을 연 데 이어 다시 역대 정부의 재벌 위주 경제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남구로시장 척사대회와 중소기업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빈소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등의 일정이 있어 22일로 미뤘다.

김 대표가 취임 후 민생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을 방문한 것을 빼면 처음이다. 설 연휴기간 현장 방문을 계획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연기했다.

김 대표는 남구로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이 자신과 더민주의 정체성을 비판한 SNS글을 띄운 데 대해 "심심하니까 글 한번 쓰는 것이겠죠 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다"며 "정체성 운운했다고 하는데 정체성 자체가 뭔지도 모르겠고, 개인이 글 하나 쓴 것 같고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무시 전략으로 응수했다.

장하나 의원 등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입당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자기네들 성격에 맞지 않으니 글을 올린 건데, 글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이란 게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서 이뤄지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다고 해서 특별히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