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을 ‘강제 전학’ 시킬 수 있을까. 법원은 교권 침해를 이유로 학생을 전학 시킨 학교 측 조치는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아니라면 학생·보호자의 동의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지난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당한 A군이 학교장과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전학 불복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이 학교 3학년이었던 A군은 그해 6월 절도 미수와 교권 침해 행위로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됐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 교권보호위원회는 “A군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장 추천 전학을 결의했다. △A군이 수차례 징계 조치에도 응하지 않은 점 △지난 2년간 교사 지시를 불이행했고 지속적으로 폭언한 점 △A군과 보호자의 공격적 태도가 교육 업무에 미치는 방해 정도가 크다는 점 등이 전학 이유였다.
A군과 그의 아버지는 강제 전학이 부당하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재심의를 신청했다. 재심의 신청은 기각됐고, A군 측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교 측의 강제 전학 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3조 5항’(권고전학에 관한 근거규정)을 살펴봤다. 이 조항은 ‘중학교장이 학생의 교육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인정해 전학을 추천할 경우, 중학교 추첨·배정이란 원칙에서 벗어나 교육장이 전학할 학교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학생·학부모의 의사에 반해서도 전학 시킬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를 부당하게 확장해 해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같은 법 제21조 5항 ‘초등학교 장은 학생이 학교생활 부적응 또는 가사사정 등으로 교육 환경을 바꿔줄 필요가 있을 때는 학생 보호자 1인 동의를 얻어 전학을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 조항은 보호자 등의 의사에 반해 전학 시킬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라며 “제73조 5항에 대해 '동의가 없어도 전학 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해 학생의 전학처분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A군의 전학 사유는 학교 폭력이 아닌 ‘심각한 교권 침해’이므로 관련 법에 의해 학생 및 보호자 동의 없이 전학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우리 법은 교권 침해를 일으킨 학생에 대해 ‘특별 교육’ 또는 ‘심리 치료’를 받게 하도록 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법원 "'다루기 힘든 학생' 강제전학 위법… 전학 취소해야”
입력 2016-02-21 16:22 수정 2016-02-21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