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기지로 소주병 투척 70대 할머니 덜미, '제2 용인 캣맘 사건' 막아

입력 2016-02-21 16:04
부산경찰청 영주파출소 김모 경사가 소주병 ‘순하리’의 ‘하’자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검은색 식별표시(오른쪽병)를 해놓음으로써 병 투척자를 추적해 검거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은 최근 ‘과일맛 소주병’으로 범인을 잡은 사연을 공식 페이스북 ‘부산경찰’을 통해 소개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부산 영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며칠에 한 번씩 베란다 창밖으로 던져지는 소주병에 차량 등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속될 경우 ‘용인 캣맘 사건’ 같은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수사에 나선 중부경찰서 영주파출소 김모 경사와 이모 순경은 현장에서 발견한 소주병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과일맛 소주병’이었다.

이에 김 경사 등은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단지 인근의 한 마트에 있는 과일맛 소주병에 본인만 알 수 있는 표식을 남겼다.

투척사고 현장에서 표식을 남긴 소주병이 발견되면 이를 토대로 역추적을 하는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다.

지난 18일 단지 내에서 소주병 투척사건이 또 발생하자 김 경사는 깨진 병을 확인했다. 병은 김 경사가 표식을 남긴 병이었다.

김 경사는 해당 마트의 CCTV를 확인해 이 아파트 13층에 사는 A씨(74·여)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병 때문에 남편이 술을 먹지 못하게 해 몰래 마신 뒤 베란다를 통해 병을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재물손괴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해당 게시물은 접속자가 관심을 보이면서 이날 오후까지 ‘좋아요’ 4500여개를 받았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