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간)를 통해 퍼진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됐다. 김경순 할머니 빈소 내부를 찍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썰렁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조화 정도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사진을 올린 일베 회원은 “소녀상은 지킨다고 XX 떨면서 정작 할머니 빈소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고 적었다.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운동을 펼친 시민을 비하한 것이다. 더불어 빈소를 찾는 조문객이 없다는 식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동아리 네트워크 ‘평화나비’ 페이스북에 오른 사진이 21일 인터넷에 퍼지며 상황은 반전됐다. 사진에는 평화나비 회원들이 단체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모습이 담겼다.
평화나비 측은 “할머니 빈소를 찾아뵙고 가시는 길에 꽃과 향을 올렸다”며 “부디 전쟁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훨훨 날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사진은 가족 분들의 허락을 받아 촬영했다”며 “노란 편지도 남기고 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베에 오른 사진은 빈소 준비가 완료되기 전 찍힌 사진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제 위안부 할머니 빈소 사진으로까지 조작을 하느냐”는 한탄이 줄을 이었다.
김경순 할머니는 20일 낮 12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히로시마 위안소로 강제동원된 김경순 할머니는 이때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이제 44명이다. 김경순 할머니의 빈소는 서울 신월동 메디힐병원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