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였을 당시에는 사건을 안일하게 대처하더니 국내에서 재수사가 시작되자 자진해 변호를 맡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많은 네티즌들은 해당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했던 인물이라는 이유로 사건 수임 배경을 먼저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일 ‘내 아들은 두 번 죽임을 당했다-배우 이상희 아들 LA사망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LA 유학 중 숨진 배우 이상희씨의 아들 진수(사망 당시 17세)군의 사망 사건을 다뤘다.
LA판 이태원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12월 LA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진수군이 동급생인 A씨와 싸우다 주먹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만에 사망했다. 사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건의 가해자는 미국에서 정당방위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방송에서 이씨 부부는 미국 총영사의 안일한 대처 탓에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아들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지만 LA 총영사는 이들의 의사를 현지 경찰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되레 막기까지 했다.
결국 부부는 아들이 죽은 지 3년 만인 2014년 1월에 가해자를 상해 치사 혐의로 국내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뒤 법원에선 진수군의 시신을 재부검하겠다고 통보했다. 3년이 지난 뒤 무덤을 파헤쳐 부검이 진행됐지만 끝내 진수군의 사망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법원은 또 가해학생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수상한 행적이 제작진의 취재 과정에 포착됐다. 방송에서 이씨 부부는 “곧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건 처리를 도와 줄 미국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2월 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LA총영사인데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더라. ‘미국 변호사들은 영업사원 같아서 사기꾼이 많다. 난 BBK사건도 이겨서 총영사까지 됐던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BBK 소방수로 알려졌던 인물이 변호사를 자처한 셈이다. 그는 LA와 서울을 오가며 김경준씨의 조기 한국 송환을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 송환유예를 신청하는 등 BBK 문제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에리카 킴과 함께 ‘BBK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방송에서 이씨 부부는 “그해 3월 초 영사 퇴임식을 위해 한국에 온 그를 만나 계약을 했다”며 “(계약 당시) 돈은 1달라도 필요 없다. 승소하면 33.3%를 받는 것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그 후 변호사는 연락이 두절됐다. 이씨 부부는 끊임없이 기다렸다. 그와 연락이 닿은 건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지 한 달 뒤인 5월23일이었다.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메일을 한 통 보냈다. 두 번째 연락이 온 것은 변호를 맡은 지 1년이 될 무련 변호를 그만 두겠다는 통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미국 현지에서 해당 변호사를 만났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 시간 낭비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만 할 뿐 말을 아꼈다.
제작진이 진수군 사건이라고 말하자 변호사는 “무슨 사건이요?”라고 되물으며 사건에 대해 기억조차 못하는 것처럼 대응했다. 제작진의 계속된 질문에 “나는 할 말이 없다. 더는 할 얘기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답답했던 제작진이 “당시에 총영사였으면 거기에 대해 또 사건을 잘 아시고 책임지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거는 내가 오히려 시간 낭비하는 거다”라고 답했다. 왜 시간 낭비냐고 재차 묻자 “나는 괜찮으니까. 드릴 말이 없다. 시간 낭비하는 거 같다. 그만해라” 등의 말만 남긴 채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방송 직후 네티즌들은 BBK를 승리로 이끈 담당 변호사이자 LA총영사였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인물을 추적했다. 네티즌들이 찾아낸 변호사는 2008년 LA 총영사 내정 당시 보은 인사라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식 변호사로 선임돼 LA총영사로 내정 될 때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앞서 윤창중 전 청와대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에 관해 중범이 아니라 경범이라는 소신을 밝혀 논란이 일으키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