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남방송, 비행기 이륙 소리처럼 귀가 멍해” 6시간서 15시간으로 확대

입력 2016-02-21 10:10

4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지난달 8일 재개되면서 북측도 맞대응으로 대남방송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경기북부 접경지역인 파주와 연천지역에는 1개월 이상 확성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시 대성동마을의 심금식(62) 부녀회장은 21일 "개성공단 폐쇄 이전에는 뜸했다가 최근 공단 폐쇄 이후 북한의 대남 방송이 매일 이뤄진다"며 "요즘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 시간까지 확성기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대성동으로 시집온 지 40년이 다 됐지만 요즘처럼 북한의 확성기 소리가 큰 적은 없었다"며 "한동안 고요했던 마을인데 최근에는 새벽에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고 강조했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과 마주한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의 윤종원(57) 이장은 "요즘 밤마다 북한에서 울려대는 확성기 방송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달 확성기 방송이 하루에 6시간 정도 들렸다"며 "이달 들어서는 하루 10시간 이상은 방송을 하는지 도통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밤 10시가 넘으면 인근 자유로에 차량 운행도 적어 북측의 방송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며 "요즘은 새벽 4∼5시까지 방송을 해 거의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야간 확성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한다"며 "풍향이 북쪽에서 우리 쪽으로 향하면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처럼 귀가 멍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은 뒤 포격도발을 감행하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했던 연천군 중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곶리 박용호 이장은 "지난달까지 그나마 조용했던 북한의 대남 방송이 최근에는 소음공해 수준"이라며 "집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지만 집 밖으로만 나서면 귀가 따가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확성기 방송시간도 급격히 늘어 지난달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방송을 했다면 최근에는 하루 15시간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며 "북측에서 확성기를 삼곶리 쪽으로 설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횡산리의 은금홍 이장은 "대남방송이 시끄럽기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면서 "남북 관계가 언제 회복될지 참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이들 주민은 "지금 대북방송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방송을 통해 북한이 우리와 다른 나라를 불안하게 하는 핵실험 등 어떤 도발도 다시는 못하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