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 빚 많아서 보수 많이 받아간다”

입력 2016-02-21 05:35

재벌 총수들의 연봉을 연간 2차례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 총선공약단 부단장으로 영입되기도 한 주 사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서 회사에서 5억 이상 봉급을 받는 사람 중 최고 다섯명을 공개하는 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었다”며 “고무적인 얘기”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재벌 총수들은 자기들의 공헌도에 비해 너무 많은 봉급을 몰래 받고 있었다”며 “이게 공개되면 다른 전문 경영인들 보다 유독 자기들만 그렇게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할 이유를 대기가 궁색해진다. 더 이상 그런 짓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 사장은 또 회사 돈으로도 얼마든지 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재벌 총수들이 굳이 많은 봉급을 받는 이유가 빚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 외로 많은 재벌총수들이 빚을 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할 때나 신규 출자를 할 때 자기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며 “그 이자를 자기 주머니에서 내자니 배가 아프다. 그래서 자기들 월급만 그렇게 높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것으로, 등기임원에 한정되던 보수공개 대상을 확대해 임원 여부에 관계없이 보수총액 기준 상위 5인의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했다.

단 연간 보수가 5억원이 넘는 이들만 대상으로 하며, 기업의 충분한 사전 준비를 위해 2년간 유예기간을 두었다. 대신 임원 등의 보수에 관한 분반기보고서 공시의무를 폐지하고, 사업보고서에 연 2회 공시하도록 조정했다.

이미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상장사 등기임원 중 연봉이 5억원 이상이면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재계 총수들은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연봉공개를 피해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0대 대기업집단의 1356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21.7%인 294개사다. 특히 전체 대기업 계열사 중 그룹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곳은 7.7%인 105개사 뿐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등기임원 여부에 상관 없이 연봉 5억 이상을 받는 이들 중 상위 5명의 보수를 연간 2회 발간하는 사업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무위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된 직후 “개인연봉공개는 개인정보의 공개로 사생활 비밀 침해의 우려가 있는데도 임직원 여부를 떠나서 상위 5인을 무조건 공개하는 경우 높은 성과를 내어 많은 급여를 받은 직원들까지 공개대상에 포함된다”며 “개별 보수 공개가 회사의 투명성 제고나 실적개선과는 상관성이 적다는 실증연구와, 오히려 연봉이 공개된 임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보수공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도 연 1회 사업보고서에서만 공시하고 있다고 거론하면서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국회 법사위, 정무위와 여야 정책위에 제출하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주 사장은 “23일 본회의에서 투표를 한다고 하니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고 썼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