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기연 긴급 좌담회① "정부 개성공단 폐쇄는 틀렸다"

입력 2016-02-19 20:07 수정 2016-02-21 12:37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가 지난 19일 서울 효창교회에서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민 일산은혜교회 목사,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배기찬 통일코리아 이사장, 윤은주 평통기연 사무총장. 강민석 선임기자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평통기연)는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 한국교회의 역할은?’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의 북핵 및 미사일 개발 전용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의 합당성을 살펴보고, 한국교회의 역할을 조명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박근혜 정부, 잘못된 진단에 기반해 잘못 처방”=첫 발제자로 나선 배기찬 통일코리아 이사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실질적으로 북핵 억지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 이사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달러가 유입되지 않더라도 북한은 주민을 쥐어짜서라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1990년대 200만~300만명이 굶어 죽을 때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던 북한이 이제 와서 과연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만 더 나빠질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북한은 통상 기술 축적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핵무기는 3년, 미사일은 2년 주기로 실험해왔다”며 “지난달 핵 실험, 이번 달 미사일 실험으로 향후 2년간 북한의 실험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이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연합(UN)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국제사회의 합의를 통해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울러 북한과 다양한 경제교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분단체제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정권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이용하는 ‘분단폭력’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 연구원은 “지금처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통일이 이뤄진다면 ‘통일폭력’ 또한 우려된다”며 “단일민족이라 통일을 해야 하는 당위가 있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질성, 통일에 걸리는 시간이나 컨센서스를 생각했을 때 분단 상태에서 상호 체제를 인정하며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는 ‘분단 평화의 제도화’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복원하고 평화협정 통해 한반도 평화 지켜야”=평통기연 윤은주 사무총장은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정책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본질적으로 북핵 문제는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미 동맹 틀에서 유지해온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남북 당국이 함께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경민 일산은혜교회 목사는 “남북이 한반도 통일방식을 평화통일로 합의한 것은 위대한 작품”이라며 “자꾸 흡수통일을 부추기면서 평화통일의 정신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복원을 주장하며 성경을 인용했다. 강 목사는 “오늘 새벽기도 때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왔는데 개성공단이야말로 우리에게 죽은 지 나흘 되는 나사로와 같은 것”이라며 “절망 속에 있는 우리 민족 가운데 하나님이 새 일을 하시면 새 역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통기연은 이번 좌담회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토론을 거쳐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4·13총선에서 후보자들에게 대북정책, 통일정책,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해 묻고 희망후보를 선정하는 형식으로 매니페스토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