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북한은 평양 미래 과학자 거리에 53층 주상복합 고층아파트를 건설했다. 정권은 언론을 통해 '북한 건축물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거리'라고 하면서, 초고층 살림집에 대해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또 하나의 선경 거리'라고 선전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19일 보도했다.
그런데 정작 아파트를 배정받은 평양시민들의 반응은 미미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방 면적도 쓸모없이 넓게 짓다 보니 온수난방이 중단되면 냉방에서 살게 된다. 그나마 낮은 층들은 계단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지만 30층 이상 거주하는 주민들의 부담은 엄청나다. 주민들은 과학자 거리에 건설된 아파트를 두고 '헛 가다 아파트'(실정에 맞지 않고 겉멋에만 치우친 것)라고 조롱했다.
한 탈북민은 "정권은 개인 돈주들에게 고층건물을 지을 것을 요구했다. 건물사업소 일꾼들은 개인들과의 계약서에 적어도 7층 이상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만약 개인업주들이 정권의 약속을 어기고 낮은 건물을 짓게 되면 무상으로 몰수한다는 규칙을 덧붙였다. 고층아파트를 지어 세대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정권에서 받는 이익금이 늘어난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를 완공하면 낮은 층만 팔리고 높은 층은 잘 팔리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개인 돈 주들은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4~5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지만, 김 씨 동상과 어울리는 높은 고층아파트를 지으라는 정권의 지시가 내려왔다. 개인 돈으로 집을 지으면서도 정권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정권과 개인 돈 주 사이에는 고층아파트 문제로 오랫동안 시비가 붙었지만 결국은 정권의 지시를 따르게 되었다. 정권은 개인 돈 주들에게 아파트건설을 완공하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팔아주겠노라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아파트를 완공하여 1년이 지났지만 높은 층은 팔리지 않는다. 정권도 요구자가 없으니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다 지은 아파트를 허물 수도 없고 돈 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동상 미화를 한답시고 높은 건물만 줄줄이 지으라고 지시하더니 결국 개인들의 돈줄만 막아놓은 셈이다."고 한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北 53층 고층아파트는 ‘헛가다’?” 엘리베이터 작동안하고 난방 안돼
입력 2016-02-19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