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5차례 기소”…박지원, 13년 검찰 악연 아직도 현재진행형

입력 2016-02-18 19:04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18일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음에 따라 정치 인생에 사형 선고를 받을 벼랑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4·13 총선 가도에 최대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4선 고지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소속 출마를 고수하는 박 의원의 입장과 무관하게 야권 재편의 새로운 변수로서 박 의원 영입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13년간 표적수사로 고초를 겪었다. 그 13년간의 검찰과 악연을 오늘로써 끊겠다."

박 의원은 이날 대법원 2호법정에서 상고심 선고를 듣고 나와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다섯 차례 재판에 넘겨졌고 두 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와 검찰의 질긴 인연은 200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의원은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 추진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대북송금' 사건이다.

송두환 특별검사가 직권남용·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박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는 수사를 이어받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재판에 넘겼다. 금호그룹 등 대기업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3년 넘는 재판 끝에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그러나 나머지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 사면복권된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여러 차례 각종 비리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한화, 태광, 씨앤(C&)그룹 비자금 사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인터넷방송 '라디오21' 양경숙씨 사건, 전남지역 중소 조선업체인 고려조선 대표의 횡령사건에서 의혹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박 의원은 2012년 7월 결국 대검 중수부에 다시 나갔다.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저축은행 비리 의혹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자 검찰에 전격 출석했다. 박 의원은 같은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날 기소된 이석현 의원은 2심까지 내리 무죄 판결을 받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1년 4개월 여만에 재판을 마쳤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항소심에서 세 가지 혐의 중 하나가 유죄로 바뀌면서 이날 대법원 판결을 거쳐 결국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 다시 출석하게 됐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는 파기환송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 가능성이 크다.

박 의원은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라인인 이른바 '만만회'를 통해 인사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가 2014년 8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재판은 1년 6개월째 1심 심리 중이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당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분으로 무죄 취지로 판결이 난 만큼 당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최근 박 의원과의 통화에서 무죄 파기 환송 시 당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다. 다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희생양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박 의원에게 위로 말씀을 전한다. 더 큰 활약이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박 의원의 선택이 야권 재편의 주도권 싸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더민주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박 의원을 잡아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시급한 국민의당에서도 박 의원이 '영입 0순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교동계 원로들이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 시 입당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정 전 의원 입당이 성사될 경우 박 의원에 대한 합류 요청이 강해질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난후 더민주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김한길 선대위원장이 박 의원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러브콜'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다.

박 의원은 그러나 무소속 출마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박 의원은 미국 망명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후 1992년 14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 정책특보, 문화관광부 장관 등 핵심 요직을 역임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러야 했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된 뒤 복당했고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이후 당내 패권주의에 이의를 제기하다 지난달 22일 더민주를 탈당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