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세월호 비극 역사의 공간” 단원고 졸업생의 호소

입력 2016-02-19 00:01

“한국 현대사에 가장 참담한 비극으로 기록될 참사의 역사적 공간을 함부로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한 단원고 졸업생이 ‘4·16 기억교실’ 존치 문제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세월호 노란리본 공작소 자원봉사자 양승미씨가 16일 페이스북에 소개한 단원고 졸업생 A씨의 글이 18일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학생의 눈으로 현 상황을 바라본 내용이 적잖은 공감을 얻은 것이다.

A씨는 “굳이 교실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교실을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차례로 열거했다.

A씨는 먼저 “수학여행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과 선생님들이 있다”며 “교실은 세월호 참사가 현재진행형임을 계속 환기시키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런 반성 없는 교육을 같은 공간에 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생명이 이윤보다 먼저 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깨우쳐 줄 수 있는 교육과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교실은 바다 속에 잠겨있는 세월호 선체와 함께 참사의 가장 큰 상징”이라면서 “설사 차후에 옮겨지더라도 이런 식으로 아무런 사회적 고민과 논의 없이 철거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섭고 참혹하고 피해야할 기억이라고 낙인찍으면 아프고 힘든 공간이 되겠지만,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되새긴다면 역사의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수십여 건의 좋아요와 공유 수를 기록했다. 댓글 창에는 “학생의 상식이 어른들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린다” “어른들의 분쟁에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등 의견이 이어졌다.

4·16 기억교실 존치 문제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재학생 학부모 모임 ‘단원고 교육가족’은 19일까지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학교 정문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은 “단원고에는 희생 학생들의 10개 교실이 아직도 그대로 존치돼 있고, 유족과 시민단체는 교실을 영구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존치교실 앞에서 불안감과 우울감, 죄책감 등으로 인해 정상적 교육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재학생들에게 다른 학교와 동일한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