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즈, 광고중단 협박 둘러싸고 HP와 설전

입력 2016-02-18 18:12 수정 2016-02-18 23:48
지난달 31일 실린 루시 캘라웨이의 칼럼(출처: FT)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휴렛팩커드(HP)의 광고 중단을 둘러싸고 벌인 설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FT가 HP의 광고 중단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했다는 찬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FT가 지나치게 발언을 곡해해서 비판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건은 지난달 31일 FT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맥 휘트먼(60) HP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대해 쓰면서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휘트먼은 객석을 “당신은 언제나 당신 생각보다 더 빨리 갈 수 있다”면서 빠른 결정과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FT에서 15년간 칼럼을 써온 칼럼니스트 루시 캘라웨이(56)는 이날 ‘공허한 다보스 회담 자리에서 나온 멍청한 격언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휘트먼 CEO의 발언을 비판했다. 캘라웨이는 HP가 지난 2011년 영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노미를 섣불리 인수했다가 곤경에 빠졌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그럴 수는 없다. 빠르게 가면 가끔은 앞으로 고꾸라지기도 한다”라고 받아쳤다. 당시 고가 인수로 HP는 주주들로부터 증권집단소송을 받고 1억 달러(약 1230억)의 배상금을 내놓았다.

캘라웨이는 이후 HP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다. 캘라웨이에 따르면 HP 마케팅부서 담당자인 헨리 고메즈는 칼럼이 실린 뒤 캘라웨이에게 보낸 메일에서 “FT 경영부서는 광고주들과의 관계에 있어 이런 수용불가능한 편견에 어떤 대가가 따를지 고려해야 한다”며 광고 중단을 암시하는 협박성 글을 적었다.

캘라웨이는 첫 번째 칼럼이 실리고 일주일이 지난 7일 ‘구식 협박에 대한 예전 방식의 답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캘라웨이는 이 글에서 항의 메일을 받은 사실을 밝히며 “그런 요구에 대한 우리 에디터들의 확고한 거부 덕에 우리가 좋은 신문이 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고, 또 이것이 FT가 나를 쓰는 이유다”라고 쏘아 붙였다.

캘라웨이는 또 “경험상 큰 직책을 맡은 이들은 가끔 무례한 경우가 있다”며 “그렇다면 그것(휘트니 CEO의 발언)에 대해 지적하는 건 칼럼니스트로서 내가 맡은 일일 뿐 아니라 그 회사 고위직으로서 당신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상대를 나무랐다. 이어 “FT에 광고하기로 했던 결정이 처음에는 옳았다고 가정할 때, 기분이 좀 상했다고 그 결정 뒤집는 건 이상하게 비칠 것이며 주주들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적었다.

하워드 클라보 HP 국제커뮤니케이션 부문 부회장 역시 이에 대해 반론 입장을 내놨다. 클라보 부회장은 성명에서 “실제 이메일에서 볼 수 있듯이 담당자는 CEO의 발언이 심각하게 곡해된 데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어떤 기자나 언론사라도 독자와 광고주로부터 받는 솔직한 피드백보다 위에 설 수 없다”라고 답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