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오페라 113년만에 여성작곡가 오페라 공연

입력 2016-02-18 17:21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MET)가 113년만에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MET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2017시즌은 6개의 신작을 비롯해 26개 작품이 공연될 예정이다. 신작 가운데 핀란드 출신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63)의 ‘이룰 수 없는 사랑(L’Amour de Loin)’은 MET가 1903년 미국 작곡가 에설 스미스의 단막 오페라 ‘숲’ 이후 113년만에 올리는 여성 작곡가의 작품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사리아호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파리의 샤틀레이 극장의 위촉을 받아 지난 2000년 8월 초연됐다. 12세기 음유시인으로 블라야 공국의 왕자 조프레 루델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프랑스 극작가 아맹 말루프가 대본을 썼다. 21세기에 발표된 오페라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오는 12월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캐나다 출신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가 연출을 맡고 수잔나 멜키가 지휘를 맡는다. 그리고 수잔나 필립스, 타마라 멈포드, 에릭 오웬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사리아호는 뉴욕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 작곡가의 작품으로 ‘숲’ 이후 113년만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공연된다는 것이 정말 쇼킹하다”면서 “우리 세계에서 얼마나 진보가 더딘지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도 음악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세계는 진보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2016시즌 뉴욕에서는 MET가 사리아호의 오페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올리는 것 외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10월 사리아호가 13세기 페르시아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기악곡 ‘써클 맵’을 연주할 예정이다.

한편 MET는 오는 9월 26일 개막하는 2016-2017시즌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포함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시니의 ‘윌리엄 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등 6개 작품의 새 프로덕션을 만든다.

시즌 시작에 앞서 올봄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를 주공연장으로 정한지 5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한 갈라 공연도 예정돼있다. 피터 겔브 MET 총감독은 “우리 오페라단은 기존 관객과 새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MET의 음악감독 제임스 레바인(72)이 다음 시즌에 무대에 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MET는 당초 건강이 악화된 레바인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치료법을 바꾼 레바인의 건강이 다소 호전되면서 은퇴 발표를 미뤘다. 이에 따라 레바인은 2015-2016시즌에서 ‘장미의 기사’, 베르디의 ‘나부코’,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 4편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겔브 총감독은 “레빈이 3월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 리허설에 참여할 예정”이다며 “이때까지 그의 건강이 호전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